입법조사처, 전력 위기 진단
총 16GW 규모 전력 필요
국내 전체 수요의 16.5%
재생에너지 생산 입지 없어
RE100 이행 인증서 구매뿐
국회입법조사처가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 조성사업의 전력 공급 계획에 대해 “탄소중립 정책과 충돌한다”며 “전력 공급 및 연료 조달의 책임 문제를 계약 단계부터 명확하게 수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가 21일 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공급 리스크 진단’ 보고서를 보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들어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총 16GW(기가와트) 규모의 전력이 필요하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용인 728만㎡ 부지에 대규모 반도체 제조공장 6곳과 60개 이상의 협력기업이 입주하는 국가 전략사업이다. 2026년 착공해 2030년 첫 가동을 목표로 한다.
입법조사처는 우선 좁은 지역에 엄청난 양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부터 어려운 과제라고 봤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 16GW는 2024년 기준 국내 전체 전력 수요(약 97GW)의 16.5%에 해당한다. 2024년 서울·남서울 변전소 피상전력 35GVA(기가볼트암페어)의 60%인 21GVA를 서울 면적의 1.9%에 불과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집중 공급해야 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면적당 전력은 서울의 32배에 달한다. 입법조사처는 “좁은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변전소 집중설치, 송배전망의 이중화·지하화가 필수”라며 “이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한 정밀한 검토와 시뮬레이션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재생에너지를 공급하기 어려운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생산공정에서 사용되는 전기 중 재생에너지 비중을 100%까지 높인다는 RE100을 선언한 상태다.
RE100 구현은 재생에너지를 직접 공급하는 방식과 전력 시장에서 인증서를 구매하는 방식이 있는데, 현재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내에서는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기 어렵다. 클러스터 산업단지 내에는 태양광을 설치할 여유 부지가 없기 때문이다. 입법조사처는 “용인에 입주할 반도체 회사의 RE100 이행 방법은 인증서 구매 방식만 남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대로라면 정부 탄소중립 정책과의 충돌을 피하기 어렵다. 수도권은 재생에너지 입지가 부족하고 수송 경로도 이미 혼잡하다. 현재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공급 계획에서는 재생에너지는 보이지 않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만 확인된다. 필요한 전력 16GW를 화석연료 에너지로 공급한다면 탄소중립 정책과 역행하게 된다.
입법조사처는 “수도권은 재생에너지 입지가 부족하고 수송 경로도 이미 혼잡 상태”라며 “지방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에서도 거래할 수 있도록 전력 시장을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송전선에 대한 과세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