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하나다
하인리히 페스 지음 | 김영태 옮김
바다출판사 | 451쪽 | 2만8000원
그 작은 입자들을 발견하지만 않았더라면, 골치 아픈 양자역학 또한 세상에 없었을까. 원자를 발견한 이래 물리학은 자연을 작은 조각으로 분해해 통합적으로 이해하려는 환원주의 철학을 추구해 왔다. 그러나 소립자들은 대차게 고전물리학을 배반했다. 덕분에 애꿎은 고양이는 상자 속에서 살아도 산 것이 아니게 됐고(슈뢰딩거의 고양이), 입자의 위치를 알면 운동량은 포기해야 하며(불확정성 원리), 입자인 듯 파동인 듯한 두 성질은 상호 보완적이라는(상보성 원리) 양자역학 개념들이 생겼다.
1920년대 이래 양자역학의 가장 중요한 질문은 ‘실재란 무엇인가’였다. 독일의 이론물리학자인 저자는 그 답을 찾는 과정을 오래된 할리우드 영화를 상영하는 과정에 비유한다. 우리는 이야기를 보지만, 영사기 속 필름엔 끊어진 컷들이 담겨 있다. 줄거리는 보는 눈을 통해 만들어지는 셈이다.
저자에 따르면, 보어와 하이젠베르크를 중심으로 한 ‘코펜하겐 해석’ 진영은 ‘줄거리가 실재’라고 규정한다. 휴 에버렛, 디터 체 등 소수파 ‘왕따’들은 ‘필름 속 장면이 실재’라고 보는 셈이다.
에버렛은 양자역학이 우주 같은 거시적 물체에 똑같이 적용되며, 양자 측정에서 가능한 모든 결과는 다른 “상대적 상태” 혹은 ‘평행우주’나 ‘다세계’에서 수많은 관찰자에 의해 구현된다고 생각했다. 디터 체는 양자의 ‘얽힘’이 실재들의 접착제 역할을 하고, ‘결깨짐’이 평행 실재들 사이를 분리해준다고 주장했다. “입자는 망상”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저자는 거대한 하나의 양자 세계와 3000년 전부터 이어진 일원론 철학의 유사성에 주목한다. 영사기 비유에서 이미 떠올랐을 플라톤은 물론이고 중세, 르네상스기, 근대에 이르는 동안 일원론이 과학혁명과 주고받은 상호작용을 조명한다. 그는 현대물리학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작은 것을 알기 위해 입자가속기에 돈을 쏟아부을 게 아니라, 시간·공간·물질을 뛰어넘는 양자우주론적 관점에서 전체 우주를 바라보자는 것이다. 물리학과 철학을 넘나드는 이론물리학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