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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드림과 차이나 드림 사이…조선족의 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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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현재 중국에는 약 200만명의 조선족이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 속해 있으면서도 여전히 외부자로서 '차이나 드림'을 꿈꾼다는 점에서 조선족의 경계인으로서 위치는 다시 한번 부각된다.

먹고살기 위해 이동한 조선족의 역사, 그중에서도 1990년대 초반 조선족 사회와 연변 전역을 휩쓴 '한국바람'의 궤적을 따라가며 인류학적 렌즈로 이주노동자의 삶을 들여다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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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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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드림과 차이나 드림 사이…조선족의 궤적

입력 2025.08.21 21:11

수정 2025.08.21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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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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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간 연변 오가며 인류학적 연구

한국 돈이 만든 공간의 분할 속에

환대받는 노동자·냉대받는 타자

모순적 존재로 사는 경계인 이야기

<이주, 경계, 꿈>의 저자인 권준희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조선족 이야기는 낡은 주제가 아니다”라며 “민족과 국가, 식민과 냉전, 젠더와 계급, 자본과 노동이 교차하는 자리에서 여전히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현재진행형 서사”라고 말한다.    생각의힘 제공

<이주, 경계, 꿈>의 저자인 권준희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조선족 이야기는 낡은 주제가 아니다”라며 “민족과 국가, 식민과 냉전, 젠더와 계급, 자본과 노동이 교차하는 자리에서 여전히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현재진행형 서사”라고 말한다. 생각의힘 제공

“아내도 갔다 남편도 갔다 삼촌도 갔다 모두 다 갔다 한국에 갔다 일본에 갔다 미국에 갔다 로씨야로 갔다… 잘살아보겠다고 모두 다 갔다 눈물로 헤여져서 모두 다 갔다 산다는 게 뭐이길래 산산이 부서져 그리움에 지쳐 살아야 하나…” (연변 대중가요 ‘모두 다 갔다’의 한 구절)

현재 중국에는 약 200만명의 조선족이 거주하고 있다. 이 중 약 70만명이 길림성 남동부에 위치한 연변에 산다. 조선족은 19세기 말 먹고살 것을 찾아 두만강을 건넌 한반도 출신 조선인들의 후예다. “만주에 가면 감자가 아기 머리통만큼” 크다는 소문을 듣고 떠난 이들이다. 역사의 소용돌이 앞에서 이들의 위치는 변했다. 처음 중국 땅의 조선인들이었으나, 1937년부터 1945년까지는 만주를 점령 중이던 일본의 신민이 되기도 했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된 이후 연변은 1952년 조선족자치주로 지정됐다. 이로써 중국 정부가 공인한 55개 소수민족 중 하나로 중국 공민이 된다.

냉전 시기 한국과 단절되었지만 1992년 한국과 중국이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면서 다시 연결된다. 1990년대 초중반 한국의 신자유주의 바람과 중국의 사유재산제 물결 속에서 연변 지역 조선족을 중심으로 ‘코리안 드림’이 시작된다. 이후 조선족은 한국에서 “값싸고 유능한 노동자로 ‘환대’받는 동시에 법적 제약과 사회적 차별로 ‘냉대’받는” 모순적인 상황에 놓인다.

[책과 삶] 코리안 드림과 차이나 드림 사이…조선족의 궤적

이주, 경계, 꿈
권준희 지음 | 고미연 옮김
생각의힘 | 366쪽 | 2만2000원

저자는 2004년 서울 홍제동 의주로교회에서 이 같은 조선족 노동자들의 현실을 마주한다. 교회는 조선족 인권 문제를 공론화하던 곳이었다. “그곳은 마치 수용소 같았다. 50~60명 정도 되는 미등록 조선족들이 함께 살며 공간을 공유했지만, 자유롭게 일을 하거나 외출하지는 못하고 중국으로 강제 추방당할 위협을 느끼며 생활하고 있었다.”

이후 일정 기간 근무 후 귀국을 해야 하는 방문 취업 비자인 H-2 비자 등 출입국 비자제도가 변경되면서 조선족이 한국에 머물며 일을 할 수 있는 길은 늘어났다. 다만 이 같은 제도가 오로지 인도주의적 발상이라기보다는 ‘조선족 없으면 건설 현장 올 스톱’ 같은 제목의 기사가 알려주듯, 자국민이 기피하는 노동시장의 인력 수급 문제에 기반했다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 돈”은 공간의 분할을 만들었다. 한국은 돈을 벌기 위한, 중국은 돈을 쓰기 위한 장소가 된다. 이로써 한국에서 조선족의 노동은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꿈꾸는 “기다림의 노동”이 된다. 한국에서 번 돈을 중국 가족에게 보내며 연변 내에 “송금 주도형 경제 발전”이 이뤄지기도 한다. 부모가 한국에서 보낸 한국 돈을 통해 자녀는 중국 도시에 정착하거나 동아시아를 넘어 미국처럼 더 먼 국가로 꿈을 펼칠 수 있게 된다.

바람은 다시 이동한다. 중국의 경제 성장이 가속화하며 이제 ‘차이나 드림’이 코리안 드림을 대신한다. 그러나 중국에 속해 있으면서도 여전히 외부자로서 ‘차이나 드림’을 꿈꾼다는 점에서 조선족의 경계인으로서 위치는 다시 한번 부각된다.

먹고살기 위해 이동한 조선족의 역사, 그중에서도 1990년대 초반 조선족 사회와 연변 전역을 휩쓴 ‘한국바람’의 궤적을 따라가며 인류학적 렌즈로 이주노동자의 삶을 들여다보는 책이다. 문화인류학자이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새크라멘토 아시안학과 교수인 저자는 2004년부터 2016년까지 12년간 연변을 오가며 진행한 인류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책을 썼다. 7년의 집필 기간을 거쳐 2023년 미국에서 발표됐고 올해 한국에서 번역 출간됐다.

책을 구상하고 집필한 시기와 한국에서 발간된 기간 사이에 꽤 긴 격차가 있다. 조선족 관련 주제의 이야기들이 그간 한국 사회에서 여러번 논의된 적이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주제가 ‘낡았다’라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저자도 의식한다.

저자는 다만 변화하는 민족과 국가에 대한 관념의 변화 속에서 “우리가 어디에 놓여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 “조선족의 이야기는 결코 낡거나 종결된 주제가 아니다”라며 “민족과 국가, 식민과 냉전, 젠더와 계급, 자본과 노동이 교차하는 자리에서 우리에게 여전히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현재진행형 서사”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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