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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한 미국식 자본주의

입력 2025.08.21 21:16

수정 2025.08.2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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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00대 기업 중 약 60%, 시가총액의 약 70%가 미국에 몰려 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이 보여주듯 파급력은 말 그대로 지구적이다.

전 세계 기업들을 선도하는 힘은 인간 이성을 체계화한 효율·정직·투명·공평·책임·혁신의 토양에서 나온다. 아메리칸드림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최초의 민주공화국인 미국은 프랑스혁명을 촉발했고, 정치·경제·군사 분야의 세계적인 영향력은 절대적이며, 인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끊임없이 창출한다. 그럼에도 고작 250년밖에 안 된 이 나라를 총체적으로 이해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산업혁명 이후 대량생산 체계를 처음 갖춘 곳은 미국이다. 자본을 단세포에서 다세포 생물로 만들었다. 그 동력은 석탄·석유 같은 에너지의 집약적 사용이었다. 세계 인구의 4.3%에 불과한 미국은 석유 소비량이 작년 세계의 20%로 부동의 1위다. 광활한 땅에 석유를 먹는 자동차는 필수다. 작년에 약 1600만대가 팔려 전 세계 판매량의 18%를 차지했다. 한국과 일본이 미국 자동차 시장에 왜 그토록 목을 매는지 알고도 남는다. 이외에도 1인당 육류 섭취, 플라스틱 소비, 탄소 배출 1위다. 소비자본주의의 천국인 셈이다. 각국의 공장은 미국의 소비를 위한 하청기지 같다.

혹자는 미국을 자본주의의 끝판왕이라고 한다. 이번 여름 학생들을 데리고 처음 디뎌본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본 현란한 광고는 그것을 상징한다.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규모와 기발한 영상은 자본이 곧 천국임을 외치는 것 같다. 화려함 뒤에는 그만큼의 짙은 그림자가 누워 있다. 총기로 인한 사망자 수가 매년 4만명이 넘는다. 3억3000만명 인구에 3억5000만정의 총이 있다. 그곳에서 공부하는 한인 대학생은 캠퍼스에서도 언제 총기 사고가 날지 걱정이 앞선다고 한다. 작년 약물 과다복용 사망자는 8만명에 달한다. 가장 근본 원인은 자본주의라는 마약에 의한 부작용일 것이다.

미국이 제국의 반열에 올라선 것은 20세기 양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하면서부터다. 이 분위기를 간파한 미국의 교회에서도 번영신학으로 뒷받침했다. 1966년 부흥목사 오럴 로버츠가 펴낸 <성공과 번영을 위한 하나님의 공식>이 대표적이다. 신앙이 물질적 풍요와 성공의 현세적 축복을 가져온다고 설한다. 개발독재 시대 한국 교회가 받아들인 것이 이 번영신학이었다. 자본은 신의 대리가 되었다. 뉴욕 7번 지하철은 지금도 전 세계에서 모여든 이민자들의 꿈을 실어 나르고 있다. 그 도시에는 2008년 세계를 금융위기로 몰아넣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같은 도덕적 타락이 공존한다. 작년 미국 국방비는 약 1240조원, 전 세계의 40%로 무지와 무의미의 절정을 보여준다.

이제 이 나라는 약탈경제에 몰입하고 있다. 스스로 만든 규칙을 걷어차고, 해체된 제국의 역사를 재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은 무역 자유화를 주장해온 미국이 인류의 지혜로 축적된 호혜·평등의 원칙을 저버리는 행위다. 한국 국민들이 그토록 반대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폐기한다는 말도 없이 일방적으로 책상 위에서 쓴 관세율로 대체하고, 발전기금 같은 투자금도 강요한다. 흡사 로마가 정복한 속국에 군대를 풀어 놓고, 자기가 정한 규칙을 따르라는 것과 같다.

실제로 미국은 로마와도 유사하다. 미국은 로마가 지중해를 내해로 삼았던 것처럼 오대양을 앞마당 삼아 세계 요충지에 군사기지를 두고 있다. 거미줄 같은 로마 가도처럼 미국의 인터넷 발명은 지구를 네트워크화했다. 로마가 번영을 누린 힘은 정복한 땅의 인재를 발굴, 심지어 황제까지 오르게 한 포용력이었다. 미국은 자신의 정체성이자 저력의 원천인 이민자를 추방하고 있다. 로마처럼 미국도 정치의 동서, 경제의 남북으로 분열돼 가고 있다. 지도자들은 탐욕스러운 상인의 이미지로 전락하고 있다. 부활의 길은 있다. 건국의 초석이 된 관용과 자유의 이념을 진정한 자본으로 삼아 근검·성실의 청교도 정신을 되살려 도덕 제국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원익선 교무 원광대 평화연구소

원익선 교무 원광대 평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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