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이행 땐 동시 보상’ 방식
북한 반발 줄이며 대화 유도
트럼프와 회담서도 논의될 듯
일각에선 ‘북핵 용인’ 비판도
김정은, 해외작전부대 지휘관 격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국가표창 수여식 참석차 귀국한 해외작전부대 주요 지휘관들을 만났다고 조선중앙TV가 21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북한 비핵화를 두고 ‘단계적’ 추진 방침을 밝힌 것은 비핵화와 이에 따른 상응 조치를 점진적으로 진행하겠다는 뜻이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고도화된 상황에서 일괄 타결 접근은 현실성이 더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일본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정책적 방향은 한반도의 비핵화”라며 “1단계는 핵과 미사일에 대한 동결, 2단계는 축소, 3단계는 비핵화”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의 ‘북한 비핵화’ 대신 문재인 정부가 사용했던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한 것은 북한의 반발을 줄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방식은 국정기획위원회가 최근 제시한 ‘단계적 합의, 동시 행동’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핵 물질·투발 수단 개발과 시설 가동을 멈추고, 이를 일부 감축한 뒤 최종적으로 모든 핵 프로그램을 폐기한다. 미국은 단계별로 제재 완화나 경제 지원, 수교, 체제 안전 보장 등 각종 보상을 제공한다. ‘행동 대 행동’ 방식이다.
국정기획위에서 활동한 한 전문가는 “단계별 합의가 진전되면 상호 신뢰가 형성될 수 있다”며 “마지막에 북한도 비핵화를 하더라도 문제가 없다고 확신해야 비핵화가 달성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1994년 제네바 합의와 2005~2007년 6자 회담에서 나온 9·19 공동선언과 2·13 합의, 10·3 합의 등도 단계적 방식으로 짜였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지난 18일 “동결·감축·폐기”와 함께 “남북 대화와 북·미 협상을 병행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오는 2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북·미 대화를 비롯한 비핵화 방식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고도화되면서 단기간에 비핵화를 달성하긴 어렵다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이 일괄 타결보다는 단계적 방식을 선호하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괄 타결은 보통 비핵화의 구체적인 요소 및 최종 상태와 미국의 상응 조치를 한 번에 포괄적으로 합의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선 비핵화, 후 보상’으로 비치기도 한다. 북한은 역대 남한 보수 정부가 추구한 이 방식에 불만을 드러내왔다.
반면 일각에선 동결이 축소와 폐지로 이어지지 못한 채 종료될 경우 북핵을 용인해주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 대통령의 발언이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북한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남한을 북핵 협상의 방해요소라고 보고, 남한을 배제하려는 기조를 보여왔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을 협상으로 이끌 유인책이 빠진 대통령의 원론적 메시지는 오히려 반발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