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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소방관의 비극, 재난 트라우마 치유 시스템 강화해야

입력 2025.08.22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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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21일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대원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 안양시 한 장례식장을 방문해 조문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21일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대원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 안양시 한 장례식장을 방문해 조문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2022년 이태원 참사 현장에 투입됐다 우울증을 앓던 소방관 2명이 잇따라 목숨을 끊었다. 지난 20일 경기 시흥시 교량 아래서 박모 소방교가 실종 열흘 만에 숨진 채 발견됐고, 그다음날엔 경남의 한 소방관이 지난달 29일 자살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두 명의 죽음은 단순한 개인의 비극이 아니다. 재난 현장에 반복적으로 투입되고, 그 후유증으로 감당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는 소방관 등 수많은 피해자들을 도외시한 한국 사회에 대한 경고다.

박씨는 이태원 참사 현장에 출동한 후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우울증을 앓았다고 한다. 소방청에서 운영하는 상담을 받고 병원 치료도 받았지만 비극을 막진 못했다. 경남의 소방관 역시 참사 때 받은 충격으로 일상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고통을 호소해왔다. 용산소방서 소속으로 현장에 투입됐던 고인은 올해 초 고성소방서로 옮긴 뒤 지난 2월 공무상 요양을 신청했지만, 업무상 연관성을 인정받지 못해 거절됐다. 두 소방관들이 감내해야 했던 고통을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대형참사는 정신적 고통을 수반한 장기간의 후유증을 수반한다. 현장 최일선에 있던 소방관들은 더하다. 우울증과 외상후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릴 뿐더러 자살이나 분노 등의 형태로 고통이 표출하기도 한다. 소방청의 ‘이태원 투입 소방공무원 PTSD 상담 실적’을 보면, 참사 후 1년 동안 1316명이 긴급 심리 지원을 받았다. 이 중 142명이 심층 상담을 받았다. 그렇지만 참사 이후 얼마나 많은 소방대원이 지속적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두 소방관의 죽음은 단기에 그치는 현행 심리지원 체계의 한계를 드러냈다. 지옥 같은 참사 현장 경험은 시간이 지날수록 복합 트라우마로 나타날 수 있어 장기적인 치료 지원이 필요하다. 미국 뉴욕의 9·11 테러 등 해외에서 참사현장에 투입됐던 인력의 치료 기한을 ‘없음’으로 설정하는 것도 이런 비극을 막기 위해서다.

종적을 감추기 전 박씨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미안하다”는 메모를 남겼다고 한다. 정작 미안해야 할 주체는 트라우마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고 외면한 국가가 아닌가. 요양 신청을 거절당한 뒤 국가에 대한 원망으로 고인의 정신적 고통이 배가된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재난 현장에서 공무를 수행하다 입은 트라우마가 죽음을 초래한 원인이 됐는지 ‘심리적 부검’ 등을 통해 밝힐 필요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1일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법적 안전망”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만시지탄이긴 하나 재난 현장에서 정신적 상해를 입은 이들의 고통을 덜어줄 장기적인 지원체계를 서둘러 구축해야 한다. 공무상 재해 인정 기준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고인들이 편안히 눈을 감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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