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주재하면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정부가 내년에 사상 최대 규모의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을 투입한다. 인공지능(AI) 예산을 2배 이상 늘리고, 이공계 인재 육성 예산도 대폭 확대키로 했다. 세계 주요국들이 기술패권 경쟁을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국가 경쟁력을 확보·유지하기 위한 결단일 것이다. AI 시대에 한발 뒤처진 현실을 감안하면 늦은 감도 없지 않다. 윤석열 정부의 R&D 예산 삭감으로 파괴된 기초과학 연구 생태계 복원도 시급하다. 정부의 R&D 예산 확대가 ‘이공계 중심’ 국가로 도약하는 전기가 되길 바란다.
이재명 대통령은 22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주재하고 35조3000억원 규모의 ‘2026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올해 예산보다 19.3% 늘어난 대폭 증액이다. 특히 핵심 과학기술 진흥 등에 사용되는 주요 R&D 예산을 올해보다 21.4%(30조1000억원)나 늘렸다. AI 육성에 올해보다 106.1% 증가한 2조3000억원을 배정했다. 석·박사급 인재 처우 개선 등에 쓰일 예산도 35%(1조3000억원)로 대폭 증액됐다. 기초과학 생태계 육성에도 14.6% 증가한 3조400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R&D 예산에 굴곡이 있긴 했으나, 이제 정상적 증가 추세로 복귀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이 ‘중진국의 함정’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형 산업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R&D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동력이 됐다는 점에 이론이 없다.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에도 불구하고 역대 정부는 R&D 투자를 확대했고,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 학문 생태계의 확장, 국부창출 등에서 다양한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2023년 전직 대통령 윤석열이 밑도끝도 없이 “과학기술 카르텔”을 운운하며 R&D 예산을 대폭 삭감함으로써 과학기술계에 심각한 파장을 몰고왔다. 대학 연구비들이 대폭 삭감되면서 숱한 대학원생·연구원들이 연구과제를 중단해야 했고, 일부는 중국으로 연구처를 옮겼다. 이과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을 더욱 심화시킨 것은 두 말할 것도 없다. 이번 R&D 예산 ‘정상화’가 윤석열 정부 기간 붕괴된 과학기술 생태계를 온전히 복원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올초 중국의 스타트 기업이 내놔 세계를 놀라게 한 AI ‘딥시크’는 중국이 과학기술에 인재와 예산을 집중 투자한 결과물이다. 중국은 이미 ‘세계의 공장’을 벗어나 미래 혁신산업의 메카로 군림하고 있다. 인간 삶과 사회가 급변하는 ‘초가속 시대’에 과학기술로 성장한 한국이 그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는 현실은 묵과할 수 없다. 한국 과학기술의 미래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수 인재들이 국내에서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2013년부터 10년간 한국을 떠난 이공계 석·박사급 인재가 9만6000여명에 달한다. 한국의 미래에서 희망을 찾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가 R&D 예산 증액에 머물지 않고, 한국이 ‘이공계 중심’ 국가로 변신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에도 힘을 쏟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