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관찰 이벤트’에 참여한 망이(SNS 활동명)가 엑스에 올린 사진. 이 사진엔 “사랑은 마침표를 반드시 붙여서 내놓으세요”란 글이 적혀 있다. ‘폐기물’과 ‘스티커’라는 단어가 지워진 재활용분리수거 안내문에 누군가 ‘사랑’과 ‘마침표’를 적어 놓았다. 망이 제공
도시를 알기엔 ‘산책’만 한 게 없다. 이런 행위를 뜻하는 원조 단어는 프랑스어 ‘플라뇌르(flaneur)’다. 시인 샤를 보들레르가 그 개념을 정의한 이래, 산책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소재였다. 일본에도 비슷한 개념의 ‘긴부라’(銀ブラ)란 말이 있다. 1920년대 부유층들이 도쿄의 번화가 긴자에서 커피를 마시고 세련된 도심 골목을 어슬렁거리던 행태에서 나온 단어다. 도시를 둘러보며 사유하는 산책자 개념은 도시에 대한 애정과 닿아 있다.
과거 산책자들은 도시를 관찰하고 글로 기록했다. 오늘날의 도시 산책자들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포착한 경험을 SNS에 남긴다. 최근 청년들 사이에서 놀이문화처럼 번지는 ‘도시 관찰’법이다.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망이(SNS 활동명)가 엑스에 올린 사진엔 “사랑은 마침표를 반드시 붙여서 내놓으세요”란 글이 적혀 있다. ‘폐기물’과 ‘스티커’라는 단어가 지워진 재활용분리수거 안내문에 누군가 ‘사랑’과 ‘마침표’를 적어놓은 것이다. 도시 관찰 열풍은 지난달 25일 책 <이다의 도시 관찰일기> 홍보 이벤트에서 시작됐다. “직접 발견한 이상하고 사랑스러운 도시 풍경들을 자랑해달라”는 출판사 게시글은 한 달 만에 3800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책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관찰하면 관심이 생기고, 궁금해진 것들을 더 이상 무심히 넘기거나 미워할 수 없게 되면서 곧 망해버릴 줄 알았던 세상이 조금 더 좋아진다고. 청년들도 지나칠 법한 풍경들을 세심한 관찰 끝에 발굴하면서 성취감을 느끼고 위로를 받을 터다. SNS에 산책자들의 기록이 쏟아지고, 이를 공유하는 것을 보면 도시 관찰은 이웃에 대한 관심으로도 확장되는 듯하다.
도시경제학자 에드워드 글레이저는 “인류가 만들어낸 최고의 발명품은 도시”라고 했다. 도시 관찰은 이런 도시의 속살을 맨눈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느긋하게 걷는 게 시작이다. 정류장에 누군가 가져다 놓은 화분이 보이고, 1인 시위를 하는 사람들의 손에 들린 손팻말의 문구도 이전보다 유심히 들여다보게 된다. 그러다보면 우리가 사는 이 도시가 조금씩 달라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오늘도 도시는 이름 모를 산책자들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