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노동자가 원청기업과 직접 교섭할 수 있도록 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24일 국회를 통과했다. 노란봉투법은 이날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재석의원 186명 중 찬성 183표, 반대 3표로 통과됐다. 기울어진 노사관계를 바로잡는 출발점이 될 노란봉투법의 국회 통과를 환영한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근로 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 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확대했다. 또 노조의 합법 파업 범위를 ‘노동 처우’와 그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진의 주요 결정’으로 넓혔다. 사용자가 손해를 입었더라도 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조건에 단체교섭, 쟁의행위 외 선전전·피케팅 등 노조법에 따른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추가했다.
기업의 과도한 손배소와 가압류에 배달호·김주익 노동자가 죽음으로 항의했던 게 2003년이다. 이후 2014년 쌍용차 파업 노동자들에 대해 47억원을 손해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온 뒤 시민들이 노란봉투에 성금을 담으면서 입법운동이 촉발됐고, 2022년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에 대한 47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계기로 노조법 개정은 탄력이 붙었다. 2023년 11월과 2024년 8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전임 대통령 윤석열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다가 ‘2전3기’ 만에 입법화됐다. 지난 20년간의 지난한 입법 과정을 돌이켜보면 이제라도 결실을 보게 된 것은 다행스럽다.
재계와 보수세력은 여전히 노란봉투법을 반기업법이라고 호도하지만, 사업장의 갈등·분쟁을 교섭이 아닌 손해배상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이번 입법은 실질적인 결정권을 행사하는 사용자를 교섭 대상으로 인정하는 대법원 판례를 법에 명문화하는 것일 뿐이다. ‘무늬만 사장’이 아니라 실질적인 사용자의 교섭 의무가 명확해지면, 오히려 노사 간 소모적 갈등을 줄일 수 있다. 저임금·장시간 노동 속에서 산업재해가 빈발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전향적으로 개선되는 전기가 될 수 있다.
노동부는 이날 6개월 남은 시행 준비기간 동안 노사의 다양한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주요 쟁점을 면밀히 파악하고 현장에서 제기되는 우려들을 해소할 구체적 지침과 정교한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4일 노동계가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환영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정효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