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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독립성 위해 결단이 필요하다

입력 2025.08.24 20:59

수정 2025.08.24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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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는 행정·입법·사법, 3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적인 기관이다. 인권위의 독립성은 국가인권기구의 설립 근거인 유엔 국가인권기구의 지위에 관한 원칙, 이른바 ‘파리원칙’에도 명시된 사항이다. 인권위의 독립성이 강조되는 것은, 정권의 영향을 받지 않고 국가기관의 인권침해와 차별에 대해 분명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인권위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인권위가 제 역할을 다할 때만이 독립 기구로 권위를 인정받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유엔은 이러한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파리원칙에 따르면 국가인권기구 구성원의 임기 보장은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이지만, 이러한 임기는 구성원의 다양성이 보장될 때에만 갱신될 수 있다.

그리고 설립 이후 24년이 지난 지금, 어려운 결정이지만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구성원의 임기를 중단시키는 결단이 필요하다. 그 원인에는 안창호 인권위원장이 있다. 취임 이전부터 인사청문회에서 “동성애가 공산혁명의 수단이 될 수 있다”거나 “신체 노출로 성범죄가 급증한다”는 발언을 하며 차별적인 시각을 드러냈던 안창호 위원장은 이후 끝없이 인권위를 몰락시켰다. 12·3 불법계엄 이후 시민의 인권침해를 외면하고 끝내 계엄의 위헌·위법성에 침묵했고, 급기야는 윤석열과 내란 공범을 옹호하며 탄핵심판을 지연시키려는 결정을 내기도 했다.

최근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인권위 노조가 제보를 받자 쏟아져 나온 폭로는 믿기 어려운 수준이다. “여성들이 전통적으로 집안일이나 돌봄에 특화돼서 능력을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에 승진을 못한 것, 여성들이 승진을 못하는 것은 유리천장 때문이 아니라 무능해서 그렇다”는 성차별 발언을 하고 차별금지법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직원에게 “동성애자 아니죠”라고 물었다는 제보들이 나왔다. 엘리베이터에서 여성 직원의 머리카락을 만졌다는 제보도 있었다. 이 중 어느 한 가지만으로도 국가공무원 결격 사유에 해당할 일이다.

더 큰 문제는 인권위의 체계 자체가 망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루어진 성소수자 혐오 표현에 대해 청소년 단체가 진정을 제기했으나 안창호 위원장의 지시로 처리가 보류된 사실이 알려졌다. 관련 보도가 나오자 해당 사건을 특이(중요) 사건으로 지시해 직접 관리하려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또한 최근 내란 옹호, 성소수자 차별 선동 등으로 인권위 상임위원 후보에서 탈락한 지영준 변호사를 인권위 위촉 인권 강사로 선발하기 위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인권위 산하 전문위원회에도 차별금지법과 성소수자 인권을 반대해온 이들을 위촉하려 한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이런 일들이 반복된다면 설령 위원장 임기가 종료되어도 훼손된 인권위 내부 구조와 체계가 회복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렇기에 이제는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미 국회에는 인권위원의 탄핵 또는 징계를 가능하게 하는 법안들이 여러 건 발의돼 있다. 최근에는 국가인권위원회법을 전면 개정해 새로운 인권위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탄핵이든 법 개정을 통한 현 위원 임기종료이든 향후 정권에 의해 인권위가 개입받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긴 하다. 그러나 독립성을 지키지 못하고, 다양성과 다원성이 보장되지 않는 인권위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이번에는 정말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향후 더 이상 이러한 인권위원장이 나타나지 않도록 인권위원 선출·임명 절차를 개선한다면 위와 같은 우려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2018년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은 ‘쿠데타 또는 비상상황하의 국가인권기구’ 문서를 발간하며 “국가인권기구는 그 의무를 다하기 위하여 한층 높은 경각심과 독립성을 갖고 그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권위가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지금, 한층 높은 독립성을 갖추기 위한 정부와 국회의 결단이 필요하다.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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