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25일 회담서 ‘우라늄 확대·사용 후 재처리 권한’ 요구 전망
미, 핵 확산 우려로 수용 미지수…개정 않더라도 시도는 의미
강훈식 비서실장 “한·미 정상회담 성공 중요” 이례적 동행도
김정관 산업부 장관, 미 에너지부 장관 면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앞줄 오른쪽)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2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에너지부 회의실에서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왼쪽에서 두번째)과 양국 간 에너지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한·일 정상회담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한다. 지난달 타결된 관세협상 후속 조치와 한·미 동맹 현대화가 주요 의제로 거론되는 가운데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 논의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전은수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2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을 방문해 셔틀외교를 조기 복원하고 곧이어 이뤄지는 한·미 정상회담”이라며 “한·미 동맹을 중심축으로 한·미·일 협력 강화를 이뤄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25일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26일 필라델피아로 이동해 한화 필리조선소 등을 방문하고, 28일 귀국한다.
정부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 논의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지난 22일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원자력협정을 두고 “정상회담 계기에 조금 진전을 만들어 보겠다는 입장”이라며 협정 개정이 의제로 올랐음을 시사했다. 지난 21일 긴급 방미한 조현 외교부 장관과 22일 미국에 도착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원자력협정 개정 필요성을 미국 측에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원자력협정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양국 간 협력 범위와 권리·의무 등을 규정한 것이다. 2015년 개정된 현행 협정의 유효 기간은 2035년이다.
현행 협정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의 사전 동의하에 우라늄을 20% 미만까지 농축할 수 있고 미국 승인 없이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할 순 없다. 핵무기 원료를 얻을 수 없는 재처리 기술(파이로프로세싱) 연구는 일부만 허용된다. 미·일 원자력협정에는 이 같은 제한사항이 없다.
정부는 우라늄 농축 비율을 높이고,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확보하면 산업적·환경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은 우라늄을 전량 수입한다. 원자로에서 쓰고 남은 핵연료를 재처리하면 우라늄 수입과 핵 폐기물량이 줄어든다.
핵무기 확산을 우려하는 미국이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우라늄 농축 비율을 높이면 핵무기를 만들 수 있고, 재처리 과정에서 또 다른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협정 개정을 미국이 수용하지 않더라도, 한국엔 유용한 협상 카드라는 시각도 있다.
김정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에 큰 성과가 없다 하더라도, (논의가 된다면) 추후 한국이 핵 잠재력을 얻기 위한 첫발을 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한·미 정상회담 수행차 미국으로 출국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비서실장의 대통령 해외 순방 동행은 전례가 없다. 강 실장은 이날 인천국제공항에서 출국 전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성공은 대단히 중요하다”며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고 한마디라도 더 설득할 수 있다면 당연히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관이 힘을 합쳐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뒷받침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일본 순방길에 동행한 위성락 실장, 김용범 정책실장에 이어 강 실장도 따로 미국으로 출국하면서 이례적으로 대통령실 3실장이 모두 국내를 비우게 됐다. 통상 대통령 해외 순방 때 대통령비서실장은 대통령실에 남아 국내 상황을 관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