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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3기 신도시에 주택을 공급할 때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주택 용지를 민간에 팔지 않고 '임대'로 공급하는 방안이 정부와 정치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은 "LH 경영은 땅값과 집값 변동률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에 민간 건설사와 사실상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문제가 있다"며 "LH의 사업으로 집값이 오르면 공공임대 수요가 더욱 늘어나게 되는 역설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LH가 택지를 '매각'하지 않고 '임대'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초기 재정 투입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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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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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가 ‘땅 장사’를 멈추면 아파트값이 안정될까

입력 2025.08.25 06:00

수정 2025.08.27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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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미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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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29일 서울 남산 간이전망대에서 바라 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서성일 선임기자

지난 6월29일 서울 남산 간이전망대에서 바라 본 강남 일대 아파트 단지. 서성일 선임기자

3기 신도시에 주택을 공급할 때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택 용지를 민간에 팔지 않고 ‘임대’로 공급하는 방안이 정부와 정치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아파트나 상가·오피스를 분양할 때 땅값은 빼 분양가를 낮추고, 건물 소유권이 민간에 넘어간 후에도 땅에 대한 사용료는 공공이 계속 받아 개발이익을 상당 부분 회수한다는 취지다.

이 같은 방식의 부동산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려면 택지 매각에서 영업이익을 내는 게 가장 중요한 성과인 LH 경영 방식을 바꾸는 게 필수적이다. 또 땅을 팔지 않고 장기 임대해 수익을 확보하는 경험과 능력을 새롭게 쌓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정부가 내놓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보면, 3기 신도시의 신속한 주택 공급과 관련해 ‘LH 택지의 민간 매각 문제에 대한 근본적 개선 방안’이 해결 과제로 포함됐다.

이 과제는 이재명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국무회의에서 “LH가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매각하는 구조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말하며 LH 개혁을 주문했다. 현재의 LH 사업 구조로는 정부가 목표로 하는 공적주택 확대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이룰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연합뉴스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연합뉴스

땅 팔아 공공임대 지탱하는 경영구조 바꿔야

그동안 LH는 개인으로부터 사들인 땅을 공공주택 용지로 조성해 민간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큰 영업이익을 내왔다. 이 때문에 ‘LH가 땅 장사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민간 건설사와 비슷하게 부동산 경기가 활황이면 수익이 크게 났고,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 영업이익이 줄었다.

문제는 이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공공임대 사업에서 난 적자를 메우게끔 LH 경영 구조가 설계됐다는 점이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은 “LH 경영은 땅값과 집값 변동률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기 때문에 민간 건설사와 사실상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문제가 있다”며 “LH의 사업으로 집값이 오르면 공공임대 수요가 더욱 늘어나게 되는 역설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올앳부동산]LH가 ‘땅 장사’를 멈추면 아파트값이 안정될까

LH가 택지를 ‘매각’하지 않고 ‘임대’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초기 재정 투입이 필수적이다. 일시에 받는 매각 대금과 달리 임대 수익은 장기간에 걸쳐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신 한 번 땅을 팔고 나면 회수할 방법이 없는 개발 이익을 공공이 장기간에 걸쳐 거둬들일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회수한 이익은 공공임대 등 공공 사업에 쓸 수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뉴욕 맨해튼의 배터리 파크 시티를 토지임대부 택지개발 공공정책의 대표적 모범 사례로 꼽는다. 배터리 파크 시티는 세계무역센터 인근 해변가의 매립지로, 1970년대에 뉴욕시가 토지를 조성한 후 민간에 팔지 않고 임대했다.

미국 뉴욕주 허드슨강에서 바라본 배터리 파크 시티 일대. 게이티미지

미국 뉴욕주 허드슨강에서 바라본 배터리 파크 시티 일대. 게이티미지

뉴욕시가 사업 초기 발행한 장기 채권을 상환한 후 2020년까지 토지 임대로 거둬들인 누적 수익은 38억달러(약 4조원)에 이른다.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LH 토지 매각 방식 토론회’에서 이 사례를 소개한 조성찬 하나누리 동북아연구원장은 “배터리 파크 시티의 토지 임대 수입은 저소득층 임대주택과 노인아파트 등 뉴욕시 주요 정책에 재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H가 땅을 안 팔면 부동산 시장 안정될까

다만 이 같은 접근은 사업이 제대로 ‘흥행’했을 때 가능한 측면이 있다. 또 배터리 파크 시티는 부지 조성이 완료된 시점으로부터 채권 상환까지 38년이 걸리기도 했다.

남 소장은 입지 조건이 훌륭한 3기 신도시의 경우엔 토지 임대 방식으로 LH가 수익을 확보하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고 짚었다.

예컨대 주택도시기금에서 LH에 연 1.5% 이율로 택지조성비를 빌려주고 LH는 토지 사용자로부터 토지 시장가의 약 3%를 임대료로 받는다고 가정하고, 택지의 조성원가를 1조원, 시장가격을 1조5000억원이라고 가정하면 LH는 첫해에 약 450억원, 10년차에 약 487억원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LH가 이 방식으로 아파트 등을 공급하게 되면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부동산 구매 때 토지 대금은 지불하지 않으니 낮은 분양가에 입주할 수 있다. 다만 토지 임대료는 주기적으로 내야 한다. 남 소장은 “LH가 주거 안정을 위해 벌이는 공공임대 사업은 초기엔 적자가 작다가 건물이 노후화하고 비용이 증가하면서 적자 폭이 커지는 특성이 있다”며 “그런데 토지 임대 방식은 시간이 갈수록 임대수익이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 수익으로 적자를 보전하는 효과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올앳부동산]LH가 ‘땅 장사’를 멈추면 아파트값이 안정될까

하지만 공공이 토지를 소유한다고 해서 아파트나 건물 값이 오르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남 소장은 토지임대부로 공급하는 아파트나 건물은 토지 임대료가 낮으면 투기가 발생해 가격이 오르게 되고, 토지 임대료를 적절하게 환수하면 적정 가격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앞서 LH가 임대형 택지로 공급한 LH서초5단지와 LH강남브리즈힐 등은 낮은 분양가에 많은 사람이 몰리며 사실상 ‘로또 분양’의 사례로 남았다. 현재 인근 민간 아파트 시세의 70~80%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조정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토지주택위원장은 “토지 임대료가 시세보다 훨씬 낮아 투기를 방지하는 효과가 현저히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결국 LH의 토지 임대가 지금보다 낮은 가격에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는 데 기여하려면 적정 수위의 토지 임대료를 설정하는 게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토지 임대료가 너무 높으면 수요자들에게 매력 없는 상품이 되고, 너무 낮으면 ‘로또 분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 LH가 더는 택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시그널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 개발이익을 누릴 수 있는 매각 택지 공급이 예상되면 임대 택지가 건설사와 수요자로부터 외면받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남 소장은 “토지 임대로 조성한 주택 등만 투기가 없는 ‘섬’처럼 남고 주변 지역으로는 투기 수요가 번지는 현상을 막으려면 부동산 관련 규제가 종합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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