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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지역아동센터장 성씨는 "공공 인프라가 더 늘어나야 한다. 구 강당을 빌려주거나, 청소년 체육시설이 구에 3~4개 정도는 있어야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평등한 놀 권리'를 위한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뭐니뭐니해도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 노력입니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칼럼에서 "극심한 폭염과 빈번한 열대야에서는 아이들의 외부 활동이 줄어 신체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며 "지금이라도 우리가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그들이 어른이 됐을 때도 아름다운 단풍을 볼 수 있는 기후를 남겨줘야 한다"고 했습니다.

인공지능 기술로 자동 요약된 내용입니다. 전체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 본문과 함께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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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도 운동장도 ‘텅’…기후위기는 ‘놀 권리’도 빼앗았다

입력 2025.08.28 07:00

전국이 30도를 웃돌며 초여름 더위를 보인 지난 6월8일 서울 여의도 물빛광장을 찾은 어린이가 햇볕에 몸을 말리고 있다. 정효진 기자

전국이 30도를 웃돌며 초여름 더위를 보인 지난 6월8일 서울 여의도 물빛광장을 찾은 어린이가 햇볕에 몸을 말리고 있다. 정효진 기자

마음껏 몸을 움직이며 자라야 할 아이들, 올여름 무더위 속에서는 어떻게 놀았을까요? 역대급 폭염은 아이들의 일상을 바꿔놓았습니다. 학교는 운동장 이용을 줄였고, 지역아동센터는 실외 활동 대신 실내 활동을 늘렸어요. 그 과정에서 ‘놀이 격차’도 생겨납니다. 누군가는 운동 학원이나 체육관 같은 실내 시설에서 운동을 이어갈 수 있지만, 비용 부담에 그런 시설을 이용하기 어려운 아이들도 있으니까요.

푸르러야 할 여름, 폭염 때문에 친구들과 뛰어놀지 못한 아이들은 어떤 마음일까요? 점선면팀 유채원 인턴기자가 아이들을 만나봤습니다.

“마음껏 뛰어놀지도 못했어요, 폭염 때문에”

지난 8일 찾은 서울 구로구의 한 지역아동센터. 점심시간쯤 센터를 찾은 아이들은 밥을 먹은 후 실내에서 삼삼오오 모여 레고 놀이나 보드게임을 하면서 쉬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날 서울 낮 기온은 32도까지 올랐고 양산을 써야 할 정도로 햇빛이 강했습니다. 밖에 나가 놀기엔 날씨가 더워서 아이들은 센터 안에서 오후 시간을 보냈습니다.

축구와 야구를 좋아하는 초등학교 6학년 건우(가명·12)는 작년 여름엔 셀 수 없이 운동장에 나갔습니다. 하지만 무더위가 극심해진 올해 7월부터는 운동장에 3번밖에 나가지 못했습니다. 기온이 34도까지 올랐던 지난 2일 친구들과 야구를 하러 운동장에 나가봤지만 30분 만에 들어와야 했어요.

“원래는 2시간씩 노는데 땀 나니까 찝찝하고, 갑자기 화가 날 때도 있고, 너무 더워서 짜증도 났어요.” 건우는 비가 조금 내리는 날에야 마음 편히 운동장에 나갑니다. 그때가 그나마 시원하니까요. 건우의 친구 진영이(가명·12)도 “폭염에 나가서 놀고 싶었는데 친구들이 너무 더워 안 나간다 해서 선생님과 단둘이 운동장에 간 적도 있다”고 했어요.

야외에서 놀지 못하는 상황이 아쉬운 건 센터 종사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센터장 성모씨(59)는 “여름마다 한 달에 2번은 꼭 안양천 계곡에 갔다”며 “물고기도 볼 수 있고, 실내에 있는 것보다 아이들이 훨씬 재밌어했는데 올해는 너무 더워서 한 번도 못 갔다”고 말했습니다. 해마다 가던 여의도 한강공원도 올해는 가지 못했다고 합니다. 성씨는 “토요일에 외부활동을 많이 했는데, 이제 활동하기가 무섭다”고 했습니다.

센터 사회복지사 이모씨도 아이들에게 미안합니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초등학교 고학년생들이 ‘오늘 공원 가면 안 돼요?’ ‘나가서 놀고 와도 돼요?’라고 자주 묻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기엔 걱정이 큽니다. 이씨는 “폭염에는 아이들이 온열질환에 걸릴 수도 있어서 나가서 놀자는 아이들 요구를 다 들어주지 못한다”며 “상황을 차분히 설명해주면서 다음에 가자고 한다”고 했습니다.

지난 8일 서울 구로구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이 보드게임을 하고 있다. 유채원 인턴기자

지난 8일 서울 구로구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이 보드게임을 하고 있다. 유채원 인턴기자

폭염 때문에 운동을 줄인 건 건우만의 일은 아닙니다. 학교도 더운 날씨 탓에 운동장 사용을 자제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 이모씨(30)는 “학교 차원에서 나가지 말라고 못을 박는다”며 “7월에는 모든 반이 점심시간에도 체육시간에도 운동장에 나가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어떻게든 몸을 움직이게 하려고 교실 의자에 앉아서 하는 피구인 ‘교실 피구’를 해보기도 했습니다. 다른 초등학교 교사 지모씨(26)도 “작년 여름에는 운동장에서 술래잡기도 하고 짝피구도 했는데 올해는 나간 적이 거의 없다. 항상 ‘교실체육’을 해야 했다”고 했습니다.

운동은 아이들의 신체 발달뿐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필수적입니다. 정성훈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운동은 공부 때문에 생기는 불안과 우울한 감정 해소에도 도움이 되고, 면역력을 길러 감염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기후 변화로 활동량이 줄면 어린이의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생길 수 있는 것이죠.

한국 아이들은 원래도 신체 활동량이 적은 편입니다. 보건복지부의 ‘2023 아동종합실태조사’를 보면, 숨이 약간 차는 정도의 ‘중등도 운동’을 한 주에 30분도 하지 않았다고 답한 아동은 48.9%에 달했어요. 만 5~17세 아동·청소년에게 하루 60분 이상 중·고강도 운동을 권고하는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훨씬 못 미치죠. 폭염 영향까지 더해지면 아이들의 운동 시간은 더 줄어들 수 있습니다.

더 심각한 건 아이들의 운동 기회조차 사회·경제적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센터장 성씨는 “폭염을 피해 다른 실내 공간으로 가려 해도 비용 부담이 크다”며 “돈만 많으면 걱정 없이 종일 키즈카페에 가 있거나 할 텐데, 토요일 운영 보조금이 없어져서 사업비를 따로 마련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했어요. 교사 이씨도 “실내체육관이나 놀이체육실이 없는 학교도 많은데 그런 곳은 폭염에 대책이 없다”고 했습니다.

아동권리보호 NGO(비정부기구) 굿네이버스의 고완석 아동권리옹호부장은 “점프 학원이나 줄넘기 학원 등 체육 활동도 사교육화되는 추세인데, 지출을 감당하기 어려운 가정 아동은 신체활동을 불가피하게 포기할 수 있다”며 “아이들이 야외 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면 휴대전화 게임이나 TV 시청 등 정적인 활동 위주로 여가를 보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격차는 아이들의 발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신현숙 경희대 간호학과 교수는 “초등학생은 사회성 발달이 중요한 시기인데, 친구들과 함께 운동하고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것 자체가 사회성 발달의 기회가 된다”며 “관계를 통한 사회적 자극은 학습 능력을 키우는 것과도 연결된다”고 했어요.

더 길고 뜨거워질 여름, 정부가 아동 건강을 위해 공공 실내체육시설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지역아동센터장 성씨는 “공공 인프라가 더 늘어나야 한다. 구 강당을 빌려주거나, 청소년 체육시설이 구에 3~4개 정도는 있어야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평등한 놀 권리’를 위한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뭐니뭐니해도 정부와 기업의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응 노력입니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칼럼에서 “극심한 폭염과 빈번한 열대야에서는 아이들의 외부 활동이 줄어 신체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며 “지금이라도 우리가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그들이 어른이 됐을 때도 아름다운 단풍을 볼 수 있는 기후를 남겨줘야 한다”고 했습니다.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활기찬 여름을 아이들에게 되돌려주는 일,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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