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3시간 앞두고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렸다. “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숙청이나 혁명처럼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진짜 뜻이 무엇인지 가늠하는 사이 한 유력 야당 정치인이 우려를 표명했다. “그간 이재명 민주당 정권이 보여준 독재적 국정운영, 내란 몰이, 사법 시스템 파괴, 야당에 대한 정치보복, 언론에 대한 전방위적 장악이 결국 미국의 눈에 숙청과 혁명처럼 비치고 있는 것 아닐까.” ‘윤 어게인’을 외치는 한 유명 유튜버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고양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인권 유린 실태를 알리겠다며 미국으로 출국했다.
급기야 정상회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다. “정부 소식통으로부터 어제 들은 바에 따르면 교회에 대한 압수수색이 있었다고 하는데 실제 있었다면 안타까운 일입니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 상황을 설명하자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오해가 있었다고 확신한다. 잘 해결될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달 14일, 부정선거를 주장해온 모스 탄 미국 리버티대 교수가 한국을 방문했다. 탄 교수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트럼프 행정부 1기에서 국제형사사법대사를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2월21일 미국 보수주의 연례 정치행사인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미국을 사랑하고 연대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당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지난달 18일 서울역에서도 똑같은 주장을 하며 하나님께 의지하라고 말했다. “저는 진심으로 하나님께서 대한민국을 구원하실 것이라 믿습니다.” 같은 날 유튜브 그라운드C에 출연해서도 부정선거론을 되풀이했다. “부정선거를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과 수단을 동원해서 위조된 가짜 투표용지들이 실제 득표수에 맞춰지도록 조작했어요.” “중국 공산당, 미국 좌파는 국제개발처(USAID)를 통해 세계선거기관협의회(A-WEB)와 중앙선관위를 조율하고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일은 우발적으로 일어난 하나의 에피소드에 불과할까? 초국적 연결망을 통해 세력을 지속해서 확장해나가고 있는 극우 세력이 펼친 조직적인 운동의 결과로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어떤 형태로든 우익 포퓰리즘이나 권위주의 통치 아래 살고 있다. 이 세력은 하나같이 자유주의적이고 세계화된 세계를 증오한다. 정부, 시민사회, 디지털 세계에 대한 통제를 통해 국경을 넘나들며 세력을 넓히고 있다. 반이민주의, 고립주의, 민족주의, 문화적 전통주의를 옹호하는 다자간 행사, 캠페인, 포럼을 통해 초국적 연결망을 확장하고 있다. 인종과 민족은 말할 것도 없고 세대, 젠더, 종교를 갈라치며 그 대안으로 원형적 정체성 회복을 내세운다.
극우의 초국화는 여러 국가의 극우 단체와 개인들이 목표 달성을 위해 협력하고 이념과 전략을 공유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은 위협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집단에 대한 두려움, 분노, 증오라는 공통된 서사를 바탕으로 증강한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은 다수의 개인과의 소통 비용을 줄이고, 지도력과 네트워킹 문제를 해결하며, 초국적 행사의 조직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동원 과정을 촉진한다. 초국적 극우 유대는 거시적 수준에서 미시적 수준까지 다양하게 제도화되어 있다.
이번 사태는 한국과 미국을 가로지르는 초국적 극우 유대의 제도화가 여러 수준에서 진행되었음을 보여준다. 특히 극단적인 복음주의 기독교 세력이 이 유대의 핵심 고리라는 점을 명확히 드러낸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특검이 교회를 급습했다고 한 발언은 결코 우발적으로 나온 것이 아니다. 현재 한국과 미국을 가로지르는 초국적 극우가 어떤 수준에서 제도화되어 있는지 진지하고도 엄밀한 학문적 연구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최종렬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