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 윤석열 부인 김건희씨가 29일 구속 기소됐다. 특검수사 59일만이다. 헌정사에서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구속 상태로 재판 받는 것은 처음이다. ‘그림자 권력’이 국정을 농단한 죄과의 사필귀정이고, 정의가 지연됐을 뿐이다.
민중기 특검이 이날 김씨를 재판에 넘기면서 적용한 혐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자본시장법 위반), 명태균 공천개입 의혹(정치자금법 위반), 건진법사·통일교 청탁 의혹(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크게 3가지다. 특검은 김씨가 주가 조작의 단순한 전주(錢主)가 아니라 적극 가담한 공범이라는 증거·정황이 다수라고 했다. 김씨는 윤석열과 함께 2022년 대선 때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58차례에 걸쳐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 제공받은 대가로 그해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공천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2022년 4∼7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통일교 측에서 고가 목걸이, 샤넬 가방 등을 받은 뒤 통일교의 현안 청탁을 들어준 혐의도 있다. 특검은 “이 3개 혐의로 김씨가 취득한 불법 범죄수익은 10억3000만원 정도”라고 산정했다.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의 ‘금거북이’ 인사 청탁 의혹도 새로 드러나 국민적 공분을 키우고 있다. 윤석열 정부 첫 국가교육위원장 자리에 오른 대가로 10돈짜리 ‘금거북이’를 김씨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이다. 친일 인사 옹호·역사 왜곡 문제로 논란이 컸던 이 위원장 인사가 검은 거래의 대가라니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이 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 재가를 받지 않고 이날부터 7일 간 연가를 냈다고 한다. 이 위원장은 남은 한달 임기에 연연할 필요없이 즉각 위원장직에서 사퇴해야 마땅하다.
김씨 구속기소는 특검 수사 시작에 불과하다. 이번 공소장에 담기지 않은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양평공흥지구 개발, 관저이전 특혜 공사,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등이 대표적이다. 2022년 3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맏사위의 공직 청탁과 함께 ‘나토 3종’ 장신구‘를 받은 식의 ‘매관매직’이 얼마나 더 있는지, 김씨가 받은 그 청탁성 뇌물마다 대통령 윤석열의 인사로 어떻게 이어졌는지 규명해야 한다. 나아가 김씨가 권력의 정점에서 온갖 사치와 부를 늘리고 증거물을 은폐하는 데 관여한 김씨 가족의 ‘패밀리 비즈니스’ 실체도 파헤쳐야 한다.
그럼에도 6번의 특검 조사 내내 진술을 거부한 김씨는 이날 구속기소 후 “가장 어두운 밤에 달빛이 밝게 빛나듯 이 시간을 견디겠다”고 했다. 일말의 반성과 사죄 없이 재판에 넘겨진 처지를 ‘가장 어두운 밤’이라고 한 김씨 궤변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
특검의 구속기소로 지난 3년간 김씨가 윤석열 정부의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아닌 ‘막후 실세’였단 사실이 드러났다. 특검은 태산처럼 쌓인 김씨의 국정농단·권력남용·수뢰 실태를 낱낱이 파헤치고, 법원은 신속하고 엄정한 재판으로 반헌법적인 범죄를 준엄하게 단죄해야 한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29일 김건희씨를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사진은 민 특검팀이 있는 서울 KT광화문빌딩 모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