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20일 국회에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대통령실이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 직권면직 검토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국민의힘은 ‘방송 장악용 찍어내기’라며 반발했지만, 이 위원장의 공직 자격부터 따져볼 일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이 위원장이 임기 내내 비정상적인 ‘2인 체제 방통위’의 심의·의결 강행으로 물의를 빚어온 사실은 잊은 것인가. 이쯤 되면 이 위원장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순리다. 차제에 거듭된 부적절한 처신으로 기관 위상을 훼손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도 거취를 결단하길 바란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난 30일 방송에 출연해 “(이 위원장이) 대구시장에 출마할 거라면 그만두고 나가시는 게 맞지 않느냐”고 했다. 탄핵소추로 직무정지 중이라곤 하지만 이 위원장이 지난해 9~10월 보수 유튜브 방송에 출현해 ‘보수 여전사’를 자임했을 정도니 우 수석 비판이 과하지 않다. 감사원은 지난달 초 이런 발언들을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으로 판단해 ‘주의’ 처분을 내렸다. 정치 중립 의무 위반은 국가공무원법상 ‘면직’ 사유가 된다.
무엇보다 이 위원장은 합의제 기관인 방통위 설립 정신을 파괴한 행태로 비판받아왔다. 법원이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임명 집행정지 등 방통위의 심의·의결을 위법 행위로 판단해 제동을 거는 일이 잇따랐다. 그럼에도 이 위원장은 20일 국회에서 “임기가 보장되길 바란다”고 했다. 기관장으로서 기관 신뢰를 파괴하곤 무슨 염치로 자리를 지키겠다는 것인가.
‘광복은 연합군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란 광복 80주년 기념사로 물의를 빚은 김형석 관장은 독립기념관을 기독교회 예배 장소로 빌려주는가 하면 동창 모임 장소로 활용하는 부적절한 처신이 추가로 밝혀졌다. 취임 당시부터 뉴라이트 역사관 옹호로 논란을 빚은 것은 물론 공직자로서 공사 구분도 못한 것이다. 애초 친일파 명예회복을 주장하는 과거 언행을 감안하면 그 자리에 어울리는 인사가 아니었다.
여야가 대통령과 공공기관장 임기를 일치시키는 내용의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을 두고 공방 중이다. 국민의힘은 ‘전 정부 인사 밀어내기’라고 비판하지만 이 위원장과 김 관장에 대해선 타당하지 않다. 공직자로서 처신이 반듯했다면 거취 논란도 없었을 것이다. 이 위원장과 김 관장은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스스로 물러나는 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