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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의 불법파견 해법

입력 2025.08.31 21:38

수정 2025.08.31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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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28일 서울중앙지법 제41민사부(재판장 정회일 판사)에서 한전KPS 불법파견 소송에 대한 1심 판결이 있었다. 고 김충현의 동료들로 더 많이 알려진 태안발전소 2차하청 노동자 24명이 전부 승소했다. 이들은 노동조합을 만들면서 불법파견 소송을 준비했다. “하청구조에서 임금이 너무 많이 떼여서” “아무 때고, 밤이고 새벽이고 주말이고 원청에서 전화하면 군말 없이 나가야 하는 처지가 서글퍼서” “10년이 넘게 일해도 1년짜리 쪼개기 계약”. 이들이 소송을 건 이유는 차고 넘친다. “열심히 일해도 고용불안”인 상황을 벗어나 ‘제대로 살고 싶어서’ 소송을 시작했다.

3년3개월 만의 판결이었다. 너무도 길었다. 피가 마르는 시간이 지나서야 법원의 문이 열렸다.

판사가 판결문을 읽기 시작했다. “피고는 근로자파견사업에 관한 원고 등을 직접 고용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말하는 순간 방청석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지만, 조합원들은 아무런 미동조차 없이 숨죽이고 판사의 입을 주시했다.

재판부는 원청이 하청노동자들에게 직접적인 지배와 지시를 행사한 내용이 너무 많다고 했다. 재판부는 조합원들의 이야기를, 현장에서 수집한 자신들의 부당한 노동의 증거들을 빠짐없이 경청했고, 판결문으로 남겨주었다. “중간에 눈물이 나서 참느라 힘들었어요.” 재판장을 나오며 긴장이 풀린 노동자들이 붉게 충혈된 눈으로 그제야 웃는다.

마냥 기쁠 일만은 아니다. 법원이 이들을 직접고용하라고 해도 한전KPS는 항소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충현 사망사고의 대책을 논의하는 협상자리에서 원청 측은 ‘우리는 항소할 것이다. 공기업이라 항소하지 않으면 배임에 걸린다’고 말했다. 항소하지 않으면 정규직 전환으로 인력이 늘어나니 ‘공기업 효율화’라는 정부지침에 위배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공공기관의 인력을 줄이는 데 사활을 걸었다. 가장 좋은 해법이 특정 업무를 외주화하여 정원을 줄이는 방식이었다.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려는 이재명 정부의 의지는 이 ‘공공부문 효율화’라는 철칙을 걷어내지 않는 이상 난관에 부딪힐 것이다. 그것은 문재인 정부가 실패한 길이기도 하다.

공기업인 한전KPS가 이번 판결을 회피하는 방법은 항소 말고도 다양하다. 별도의 자회사를 만들어 고용하는 방법이다. ‘무늬만 정규직’을 만들어 놓고 차별적인 처우와 위험작업에 대한 지시를 이전처럼 할 수 있는 묘책이다. 자회사 이전을 거부하고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은 해고할 수도 있다. 실제 한국전력은 자회사 이전을 거부한 181명의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노동자를 해고했다.

고 김충현의 동료 노동자들이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판결을 이끌어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개별 소송전에 기대어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내버려 두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안전관련 배점을 높이고, 고용노동부가 노동안전 관련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 중 외주화 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한다는 단 한 줄이 없다. 고용과 안전을 분리하고, 안전대책만 강화한다고 노동재해가 줄어들까? 이 역시 문재인 정부가 시도했고, 실패한 길이다.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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