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및 아프리카 ODA 개발사업 청탁 등
권성동 1억원 현금·김건희 8000만원대 명품 선물
김건희 여사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권도현·성동훈 기자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씨가 통일교 관련 청탁을 하면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김 여사를 모두 활용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경향신문 취재결과 특검은 윤씨의 공소장에서 통일교 관련 청탁의 소통창구로 ‘윤핵관(윤석열 전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인 권 의원과 김 여사를 활용했고, 이들에게 각종 금품을 전달했다고 적시했다. 공소장에서 특검은 “윤씨가 이미 권 의원을 통해 윤석열 측에 통일교 프로젝트 등에 대한 요청을 할 수 있는 소통 창구를 만들었지만, 한학자 통일교 총재의 승인 아래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 여사 측으로도 각종 통일교 프로젝트 등에 대한 요청을 할 수 있는 소위 ‘투트랙’을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검 등에 따르면 통일교 측에서 ‘투트랙’을 통해 청탁 시도를 한 건 제5유엔 사무국 한국 유치, 캄보디아 메콩강 인근 부지 및 아프리카 공적개발원조(ODA) 개발사업, ‘새마을운동’ 아프리카 수출 지원, 아프리카 한·일 해저터널 건설, 비무장지대(DMZ) 평화공원 설치 등이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에서 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이 두 차례에 걸쳐 기존 7억달러에서 30억달러로 대폭 확대됐다. 윤 전 대통령은 또 지난해 6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아프리카 ODA 규모를) 2023년까지 100억달러로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김 여사는 2022년 11월 케냐 대통령 부인과의 환담에서 ‘새마을운동’을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 윤씨가 권 의원을 통해 2022년 2월 통일교 행사인 한반도 평화서밋 참석을 요청하기도 했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공소장에서 윤씨가 2022년 1월5일 세계일보 부회장을 통해 권 의원을 소개받고 “대선을 도와줄 목적으로 이같은 제안을 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그 대가로 같은 날 서울 영등포구에서 윤씨가 권 의원에게 현금 1억원을 전달했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당시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통일교 정책을 국가정책으로 추진하며 대한민국 정부의 예산 및 조직, 인사 등을 통해 통일교의 각종 대규모 프로젝트와 행사를 도와달라는 내용을 제안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특검은 또 통일교 측이 20대 대선을 앞두고 교단 1~5지구장을 동원해 국민의힘 측에 약 2억원을 전달했다고 의심한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은 그해 한반도 평화서밋에 참석하진 않았다. 그렇지만 윤씨는 김 여사로부터 2023년 3월30일 “대선을 도와줘서 고맙다”며 “(한학자) 총재님 건강하시냐. 감사의 말씀을 꼭 전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또 특검은 김 여사가 전씨를 통해 윤씨에게 2023년 3월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통일교 교인을 집단 가입시켜 특정 후보를 지지해 달라고 요청했다고도 본다.
윤씨와 김 여사 사이에 다리를 놔준 건 건진법사 전씨였다. 특검은 공소장에서 윤씨가 2022년 3월4일 김 여사와 친분이 두텁다는 전씨를 소개받았으며 “향후 윤석열 정권에서 김 여사가 굉장히 영향력이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이후 윤씨가 또 다른 소통창구로 김 여사에게 청탁을 했다는 것이 특검 판단이다. 특검은 윤씨가 전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전달한 청탁용 선물이 ‘6220만원 상당의 그라프 목걸이 1개, 각각 802만원과 1271만원인 샤넬가방 2개, 천수삼 농축차(인삼차) 2개’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씨가 전씨를 통해 김 여사한테 고가의 명품 가방과 목걸이 등을 선물하며 친분을 형성했다”고 밝혔다.
김 여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지난달 29일 구속기소됐다. 권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28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통일교 측은 1일 언론에 배포한 공식 입장문에서 “한 총재는 특정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고 부정한 자금거래나 청탁, 선물 제공을 승인한 적이 없다”며 “어떤 불법적인 정치적 청탁 및 금전거래를 지시한 사실도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