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조실장 ‘직접 소집’ 제안 무시
내란 특검, 공소장에 상황 적시
‘대통령 견제 권한도 방기’ 판단
12·3 불법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 중인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가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기소하며 공소장에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되고 나서도 1시간가량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 소집을 미뤘다’는 취지로 적었다.
1일 경향신문이 국회에서 입수한 내란 특검의 한 전 총리 공소장을 보면, 한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3일 불법계엄 선포 국무회의에 참석한 후 4일 오전 1시2분쯤 방송을 통해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한 사실을 알게 됐다.
한 전 총리는 방기선 당시 국무조정실장으로부터 “해제 국무회의를 해야 하는 게 아니냐, 대통령하고 직접 통화를 한번 해보시라, 지금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총리님밖에 없다” 등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를 직접 소집해야 한다는 취지의 건의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조금 한번 기다려보자”며 국무회의 소집을 지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한 전 총리는 오전 2시2분쯤 정진석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으로부터 국무위원을 소집해달라는 연락을 받고서야 국무회의 소집 통보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 전 총리가 국무회의 소집을 통보한 것은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 1시간여 뒤인 오전 2시6분쯤이었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헌·위법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군대와 경찰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는 상황을 한 전 총리가 지켜보고도, 윤 전 대통령이 국회의 정상적 비상계엄 해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계속 유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비상계엄 해제 국무회의 관련 조치를 지연했다”고 판단했다. 계엄법에 따르면 국회가 계엄 해제를 요구한 경우 지체 없이 계엄을 해제하고 공고해야 한다.
특검은 한 전 총리가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서도 반대 의견을 명확하게 전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윤 전 대통령이 약 2분 동안 졸속으로 국무회의를 진행했음에도 아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국무위원들의 부서(서명) 없이 계엄이 선포되는 것을 방치했다는 것이다.
특검은 한 전 총리가 “대통령의 독단적이고 자의적인 권한 행사를 견제하기 위해 국무총리에게 부여된 권한을 전혀 행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국무총리에겐 대통령이 헌법을 수호할 수 있도록 보좌하고 대통령의 불법행위를 견제해야 할 책무가 있음에도, 이를 저버리고 불법계엄을 방조했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특검은 한 전 총리를 내란 우두머리 방조,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위증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