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F 케네디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감염병 대응을 총괄하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전직 수장 9명이 ‘백신 회의론자’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장관을 향해 “미국인의 건강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수전 모나레즈 CDC 국장의 해임 결정을 계기로 케네디 장관의 취임 후 행보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확산하는 형국이다.
전직 CDC 수장들은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실은 공동 기고문에서 최근 모나레즈 국장 해임을 비롯해 케네디 장관이 수개월 동안 취한 조치들은 “CDC와 미국 공중보건체계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강력 비판했다. 기고문에는 멀게는 지미 카터 행정부 시절 CDC를 이끌었던 윌리엄 포에게부터 가장 최근인 조 바이든 행정부까지 CDC 국장 또는 국장대행을 맡았던 이들이 참여했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보건공무원 대량 해고, 암·심장질환·뇌졸중·납중독·부상·폭력 예방 관련 프로그램 축소, 홍역 유행 사태 관련 대응, 글로벌 백신 지원프로그램 지원 중단 등을 문제삼았다. 그러면서 이 모든 것이 모나레즈 국장 해임과 고위 당국자들의 사임으로 이어졌다면서 “우리는 미국 보건안보에 미칠 광범위한 영향에 대해 우려한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CDC 국장 대행을 지낸 리처드 베세르 로버트 우드 존슨 재단 회장은 이와 관련 ABC방송에 “보건장관으로서 케네디는 미국의 백신 시스템을 해체하고 생명을 구하고 건강을 보호하는 이러한 개입에 대한 사람들의 접근을 제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우리가 모든 것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연방 보건 시스템이 중대한 위험에 빠졌다는 데는 동의한다”고 말했다.
백신 효능에 의문을 제기해 온 케네디 장관은 취임 직후부터 노골적인 백신 접종 위축 정책을 펴 왔다. CDC 산하 독립적인 백신 자문위원회 위원 17명 전원의 임기를 종료시킨 뒤 자신과 입장이 비슷한 이들을 위원으로 임명했다. 또한 모나레즈 국장에게 특정 코로나19 백신의 승인 철회 등 백신 정책 변경에 동조하라는 압박을 가한 끝에 그를 해고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제약회사들이 코로나19 백신에 관한 데이터를 공개해 백신 효능 논란을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제약사들이 그들의 다양한 코로나19 약의 성공을 정당화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면서 “난 제약사들이 CDC와 대중에게 정보를 당장 보여주기를 원하며, 이 엉망인 상황을 어떤 식으로든 해결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자료 공개를 요구하는지와 구체적 약품을 말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백신 제조사인 화이자 실명을 거론했다. 2020년 코로나 위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백신 개발 프로그램인 초고속 작전(Operation Wap Speed)을 통해 많은 생명을 구했다고 주장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