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에 반발해 떠났던 사직 전공의 복귀를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서울의 한 대학 병원 전공의 전용공간이 비어 있다. 한수빈 기자
올해 하반기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모집에서 8000여명의 전공의가 복귀하면서 전공의 인력이 의·정 갈등 이전의 76.2% 수준을 회복했다. 다만 여전히 수도권 쏠림, 필수과 기피 현상은 뚜렷해 의·정 갈등 이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필수 의료에 대한 수가, 보상 체계를 개선하고, 정부가 전공의 수련 시스템에 개입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와 수련환경평가위원회가 2일 공개한 ‘2025년도 하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를 보면, 올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7984명이 선발됐다. 모집 정원 대비 충원율은 59.1%로, 인턴은 52%(1564명), 레지던트는 61.2%(6420명)가 충원됐다.
2025년 하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 보건복지부 제공
전공의들의 지원은 수도권에 쏠렸다. 수도권 수련병원 충원율은 63%(5058명)로 비수도권 수련병원 충원율 53.5%(2926명)보다 약 10%포인트 높았다. 비수도권은 모집하려던 인원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선발할 수 있었다.
세부적으로 인턴 충원율은 수도권이 56.8%(963명), 비수도권은 45.8%(601명)였고, 레지던트는 각각 64.7%(4095명), 55.9%(2325명)를 기록했다. 정승준 한양대 의대 교수는 “지방에서 수련하던 전공의들이 수도권으로 옮기는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에 수련했던 시간을 포기하더라도 서울 대형 병원에서 고급 술기를 배우는 것이 고액 연봉을 받는데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차라리 전공의 교육을 국가에서 책임을 지고 각 병원에 위탁을 하는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며 “지방 병원에서 수련을 시작해도 일정 기간 수도권 주요 병원에서 수련을 받을 수 있는 순환 시스템 도입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목별로는 필수과목 충원율이 부진했다.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기피 현상이 지속됐다. 이번 모집에서 소아청소년과는 13.4%로 모집인원을 거의 채우지 못했다. 흉부외과 21.9%, 외과 36.8%, 응급의학과 42.1%, 산부인과 48.2% 등도 충원율이 절반에 못 미쳤다.
반면 정신건강의학과는 93.5%로 가장 높은 충원율을 보였고, 소위 ‘피안성’으로 불리는 피부과(89.9%), 안과(91.9%), 성형외과(89.4%) 등도 모집인원을 대부분 채웠다. 수도권 대학병원의 고연차 전공의 A씨는 “정부가 필수의료를 지원하겠다고 하지만 신뢰가 없다”며 “구조적 개선 없이 전공의 시절 필수과가 반짝 월급을 더 받는 것이 유인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24년 3월 대비 2025년 9월 전공의 규모 현황. 보건복지부 제공
실제로 복지부가 ‘수련환경 혁신지원 사업’ 대상으로 지정한 8개 과목(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흉부외과, 신경과, 신경외과 등)의 전공의 규모는 예년의 70.1% 수준이다. 그 외 과목은 88.4%까지 올라 회복 속도에서 차이를 보였다. 김동은 계명대 동산병원 교수는 “전공의들 중에는 자기가 하던 필수과를 그만두고 인기과로 진로를 바꾸겠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며 “지난 1년 반 의·정갈등 사태를 겪으며 소위 말해, 어떤 과가 돈이 되는지 훨씬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하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를 두고 ‘상당수가 복귀했다’고 긍정 평가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이대로면 전공의들의 수도권, 인기과 쏠림 현상만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똑같은 의과대를 졸업하고도 한 해 수입이 5~10배까지 차이가 나는 상황인데 누가 목숨 살리는 일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전공의 복귀에 만족하지 말고 환자를 살리는 일을 하는 응급의학과, 흉부외과 등 필수과목에 대한 수가, 보상 체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