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보해준 근무시간 불응하자 면직
육아휴직 후 복직하는 노동자에게 기존 근무시간과 다른 시간에 일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고한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장애인시설에서 재활교사로 일하는 A씨가 사회복지법인 B재단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일 밝혔다.
홀로 딸을 키우는 중증시각장애인 A씨는 2019년 1월부터 B재단이 운영하는 장애인시설에서 사회재활교사로 일했다. A씨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근무(휴게시간 1시간)하고 요일을 정해 오전 9~11시에 시간외근무를 했다.
A씨는 2020년 5월부터 1년여간 육아휴직을 했는데 B재단은 복직을 앞두고 근무조건을 변경한다고 통보했다.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휴게시간 1시간 포함) 일하고 시간외근무는 오전 6~8시에 하라는 내용이었다. B재단은 A씨가 휴직 전에 장애인고용법에 따라 제공받았던 중증장애인 근로지원 서비스에 대해서도 ‘장애 정도가 심하지 않으므로 출근한 이후에 결정하겠다’고 했다.
A씨는 자녀 양육 등을 이유로 근무시간을 조정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하자 복직 첫날 휴직 전과 마찬가지로 오전 11시에 출근했다. 시설장은 A씨의 출근을 저지했고, 이후 재단은 ‘정당한 사유 없이 무단결근을 했다’는 경고장을 18차례 보낸 뒤 해고했다. A씨는 면직 처분에 불복해 재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재단의 지시가 남녀고용평등법 19조 3항(사업주는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해선 안 된다) 등을 위반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아이를 돌봐야 하는 시간대와 바뀐 근무시간이 겹치는 점, 오전 1시에 퇴근할 경우 시각장애인인 A씨가 대중교통이나 ‘동행콜’ 등을 이용하기도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B재단의 지시가 “정당한 이유 없이 육아휴직 전의 근무시간·조건을 바꿔 사실상 자녀를 양육하면서 정상적인 근무를 할 수 없게 하는 위법한 업무지시”라고 밝혔다. 재단은 법원 판결에 불복했지만 대법원은 원심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