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트윈스캔 EXE:5200B 모델. ASML 홈페이지 캡처
SK하이닉스가 메모리 업계에서 처음으로 양산용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이천 M16 공장에 반입했다고 3일 밝혔다. 치열한 반도체 경쟁 속에서 첨단 제품을 신속하게 개발·공급하기 위한 업계의 핵심 인프라 확보 움직임이 빨라지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가 도입한 장비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트윈스캔 EXE:5200B’다. 차세대 노광장비인 ‘하이(High) 뉴메리컬어퍼처(NA·렌즈가 빛을 얼마나 많이 모을 수 있는지 나타내는 수치) EUV’ 가운데 대량 생산을 위한 첫 모델이다. ASML은 첨단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요한 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유일한 기업으로 ‘슈퍼 을’로 불린다.
해당 모델은 반도체 업계 전체에서 인텔이 가장 먼저 들여왔고, 메모리 업계에선 SK하이닉스가 처음이다. SK하이닉스는 우선 1대를 도입했다. 가격은 대당 5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연구·개발용 하이 NA EUV 모델을 도입해 파운드리(위탁생산) 및 메모리 제품 개발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삼성전자를 비롯한 다른 메모리 기업들도 양산용 모델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EUV 노광장비는 반도체 원재료인 웨이퍼에 빛을 쏴 미세한 회로 패턴을 그리는 데 사용되는 첨단 제조장비다. 네덜란드 정부가 대중국 수출을 통제하는 품목이기도 하다. 하이 NA EUV는 기존 EUV보다 더 큰 NA를 적용해 해상도를 크게 높였다. 현 수준에서 가장 미세한 회로 패턴 구현이 가능해 선폭 축소와 집적도 향상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새 장비가 실제 대량 생산에 활용되기까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제조업체가 생산성과 제품 성능을 높이려면 미세 공정 기술 고도화가 필수다. 회로를 더 정밀하게 구현할수록 웨이퍼당 칩 생산량이 늘어나고 전력 효율과 성능도 함께 개선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10나노급 4세대 D램에 EUV를 처음 도입한 이후 최첨단 D램 제조에 EUV 적용을 확대해왔다.
새 장비는 기존 EUV 대비 40% 향상된 광학 기술로 1.7배 더 정밀한 회로 형성이 가능하고 2.9배 높은 집적도를 구현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장비 도입을 통해 기존 EUV 공정을 단순화하고 차세대 메모리 개발 속도를 높여 제품 성능과 원가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방침”이라며 “고부가가치 메모리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AI 연산을 지원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을 선점한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글로벌 D램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매출 기준 2분기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38.7%, 삼성전자가 32.7%, 마이크론이 22.0%이었다.
이날 개최된 장비 도입 기념 행사에는 김병찬 ASML코리아 사장, 차선용 SK하이닉스 최고기술책임자(CTO·부사장), 이병기 제조기술 담당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김 사장은 “SK하이닉스와 긴밀히 협력해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기술 혁신을 앞당길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차 CTO는 “최첨단 메모리를 가장 앞선 기술로 개발해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