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으로 도망쳤다가 붙잡힌 47명의 범죄 피의자들이 3일 오전 필리핀 마닐라 니노이아키노 국제공항에서 한국으로 강제송환되는 전세기에 탑승하기 위해 현지 경찰에 호송되고 있다. 주화액 반팔티를 입은 이들이 강제 송환되는 피의자들이다. 경찰청 제공
필리핀으로 도피했다가 붙잡힌 범죄자 49명이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2017년 이후 두 번째로 이뤄진 역대 최대 규모 강제 송환이다.
경찰청은 3일 전세기를 투입해 필리핀으로 도피한 국외도피사범 49명을 국내로 강제 송환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날 오후 4시15분쯤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 도착한 정원 189명의 전세기에는 필리핀으로 도망간 범죄 피의자뿐 아니라 이들을 호송할 경찰관 100여명 등이 타 만석이었다.
이번에 강제 송환된 피의자들 중에는 지난해 필리핀 세부에서 발생한 한국인 상대 강도상해 사건을 저지른 이들과 2018년 약 5조3000억원 규모의 온라인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조직원 11명 등도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필리핀 수사기관과 현지에 파견된 한국 경찰관 등의 추적으로 붙잡혀 이민국 수용소 등에 구금돼 있었다.
이번에 송환된 이들의 범죄 경력은 다양하다.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등 민생경제사범 18명, 온라인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등 사이버범죄 사범 17명 등이 다수를 이뤘다. 조직폭력배인 강력범죄자나 성범죄자 등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필리핀으로 도주한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수사기관의 오랜 추적을 받아왔다.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적색수배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들이 45명이고, 이들을 상대로 한 국내 수사기관의 수배만 해도 154건에 이른다. 사기 피의자에게 돈을 뜯긴 피해자는 1322명, 피해액만 약 605억원으로 파악됐다.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이 운영한 도박 대금 규모가 10조7000억원에 육박할 정도였다.
평균 도피 기간은 3년 6개월이었다. 16년 동안 추적을 피해 필리핀에서 숨어 살다 붙잡혀 돌아온 도피 사범도 있다.
대규모 단체 송환을 위한 준비는 4개월 전부터 진행됐다. 인천국제공항, 세관, 외교부 등 10여곳의 정부 기관에서 협업이 이뤄져야 했다. 또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주필리핀 한국대사관과 경찰청 관계자들이 대규모 송환에 필요한 절차 및 범죄인 인도 절차를 필리핀 당국과 협조했다.
경찰은 현지에서 송환 대상자들을 인계받은 뒤 국적기 탑승 시점에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기내에서 돌발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식사 시간에도 포크나 나이프 등을 제외한 샌드위치를 제공했다. 또 수십명의 범죄 피의자들이 공항에 도착해 일반 승객과 섞이지 않기 위해 전용 입국심사대와 수화물 검사대도 준비했다. 만일에 대비해 입국장에는 대테러 기동대도 배치됐다.
경찰은 2017년 필리핀으로 도피한 47명의 범죄 피의자들에 대해 처음으로 대규모 단체 송환을 했다.
이상화 주필리핀 대사는 “이번 단체송환은 필리핀이 더는 범죄자들의 도피처가 아니라는 점과 국외로 도피한 범죄자는 반드시 심판받는다는 메시지를 준다”고 말했다.
이준형 경찰청 국제협력관은 “해외를 도피처로 법망을 피하려는 범죄자들에게 더는 숨을 곳이 없다는 사실을 각인시켜줄 것”이라며 “해외 도피사범은 끝까지 추적·검거해 피해를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