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부문 - ‘전향 전후 박인환 시의 미학적 전환에 대하여’ 이재은
2025 문학 부문 수상자 이재은
박인환의 상실과 좌절의 서사
작품의 침륜과 동일시하지 않고
전·후기 시 ‘낙차’를 통해 해석
“대중성에 초점 맞춘 연구 예정”
2025 박인환상 문학 부문 수상작은 이재은씨의 ‘‘우울증의 전략’과 시인의 자기 표상 : 전향 전후 박인환 시의 미학적 전환에 대하여’다. 심사위원단은 “(시인의) 우울증을 단순히 병증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생애의 상실과 좌절 서사를 작품의 침륜(沈淪)과 동일시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 돋보였다”고 평했다.
이씨는 1930년대 모더니즘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성균관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수상소감에서 “시인이 겪은 일련의 문학적 전환 과정에 대해 예술가로 다시 일어서는 재생의 서사로 시인을 구명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것이 이 논문의 작성 배경이었다”고 말했다.
두 번의 전향과 한국전쟁 이후 1950년을 기점으로 박인환의 시 쓰기는 허무와 절망, 우울로 점철된 센티멘털한 분위기로 나아간다. 논문은 이 같은 ‘우울’을 “문학장에서 시인의 아이덴티티를 형성해준 도구”로 분석한다.
이씨는 경향신문과 나눈 서면 인터뷰에서 “‘우울증의 전략’이라는 개념은 시적 주체가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는 과거(사랑, 친구, 열정, 꿈)를 그대로 묻어버리고 종결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기억으로 안고 가면서 과거와 현재를 공존시키고 그것을 통해 자신을 형상화하는 방식을 말한다”고 밝혔다. 논문은 박인환의 전기 시와 후기 시의 “낙차”를 통해 우울증의 전략을 규명해낸다.
“황갈색 계단을 내려와/ 모인 사람은/ 도시의 지평에서 싸우고 왔다(…) 아직 바람과 같은/ 속력이 있고/ 투명한 감각이 좋다”(‘지하실’ 중)
“가만히 눈을 감고 생각하니/ 지난 하루하루가 무서웠다/ 무엇이나 거리낌 없이 말했고/ 아무에게도 협의해 본 일이 없던/ 불행한 연대였다”(‘일곱 개의 층계’ 중)
이씨는 “전기 시 중에 하나인 ‘지하실’에서 형상화되었던 행복한 지하 비밀조직으로서의 동료들은 ‘일곱 개의 층계’에 이르러 무덤 속 영혼들로 묘사된다”며 “그러나 전자의 다소 낙천적이라고 할 수 있는 유쾌한 조직은 후자의 시에서는 슬프고 절망적이긴 하지만 ‘앙드레 말로’나 ‘루이 아라공’처럼 구체적인 인명으로 형상화된다. 시적 주체가 자신의 정체성을 더 정확하게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인은 이러한 고통의 목소리를 변주하고 반복해 나감으로써 예술가로서의 자신을 다시 일으켰다고 생각한다. 이것을 우울증의 미학적 전략이라고 해석했다”며 “분단 직후의 한국에서 시인은 ‘예술가’로 증명되어야만 시를 계속 쓸 수 있고 그래야만 생존할 수도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씨는 향후 박인환 시의 대중서에 초점을 맞춘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시인이 생전 ‘목마와 숙녀’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었던 점, ‘세월이 가면’을 노래로 만들기 위해 기획했다는 이야기, 그가 영화 평론가로도 활동하며 이미 대중성에 대한 감각을 익히고 있었다는 점에서다. 1976년 사후 출판된 시집 <목마와 숙녀>가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 시인의 과거사와 외모, 요절 이유 등도 분석 대상이다. 그는 “시인이 ‘대중성’을 자신만의 스타일대로 새롭게 도모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추정하는 것”이라며 “시인에 대한 연구인 동시에 1970~1980년대 문화 연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