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을 떠돌다 돌아오니 마당에 수북한 풀. 이러다 배암이 혀를 내밀며 슥 나오겠네. 집 주변으로 길목 초입까지 풀이 우거지면 이장이 시키지도 않는 울력을 혼자서 척척 한다. 예초기를 들고 숨을 할딱이면서 잡초 제거를 하는데, 엔진 굉음에 개들이 제집으로 후딱 숨는다. 갈퀴로 풀을 그러모아 버리고 반듯해진 마당을 뛰놀게 하면 머슴을 부리는 상전처럼 어그적어그적 나타나서 몸을 뒹굴며 낮때를 즐겨.
어젠 할매 혼자 사시는 옥수수밭 아랫집 누렁이가 목줄이 풀려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나와 순간 눈이 마주쳤다. 탈옥하다 붙잡힌 못마땅한 표정이긴 했지만, 그렇게 돌아다니다간 차에 깔려 죽지. 요샌 개장수가 없어 개들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왔어. 목줄이 짧길래 줄을 좀 넉넉하게 이어줬다. 마당을 횡단할 정도는 돼. “잡어묵어불재 그랬소” 할매식 유머. “하하. 점심을 든든허게 묵어가꼬 시방은 생각이 없는디, 다시 도망쳐 잽히믄 뱃속에 있는 줄 아셔라잉.” 옥수수를 몇개 집어주어 맘 변하기 전에 냅다 들고 뛰어왔다. 실하고 맛있게 생겼더라. 맬갑시(괜히) 오지고 흡족해서 웃음이 났다.
이주민으로 ‘벵갈어’를 쓰는 친구 가족이 있는데, 얼마 전 어디로 떠나면서 가르쳐준 인사말이 ‘발로바시’란 말. 무슨 뜻이냐 하면 ‘난 네가 좋아’라는… 찐하게 사랑한단 그런 말과는 또 달라. 편하고 느긋한 마음으로, ‘발로바시’. 시인 타고르가 즐겨 쓰던 인사말이래. 시인이 하던 대로 하고 살면 인생이 따뜻해진다. 요새 구름이 참 예뻐. 개처럼 생긴 구름도 지나가고 새처럼 생긴 구름도 지나가고. 더위도 좀 꺾인 것 같기도 하고.
차가운 손보다는 따순 손을 잡으면 좋지. 덥다고 뿌리친 네 손을 이제 잡으면서 ‘발로바시’ 인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