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1인가구 커뮤니티센터 ‘헌혈소모임’
회원은 5명…삼성의료원에 헌혈증 45장 기부
천영일씨(사진 맨 오른쪽)가 지난달 강남구 1인가구 커뮤니티센터 ‘헌혈 소모임’ 을 대표해 삼성의료원에 헌혈증 45장을 기부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스테이.지 제공
지난달 서울 강남구 삼성의료원에 45장의 헌혈증이 전달됐다. 헌혈증은 소아암 환자들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헌혈증을 기부한 사람들은 ‘강남구 1인가구 커뮤니티 센터-스테이.지(STAY.G)’에서 만난 회원들이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헌혈 소모임’을 만들어 십시일반 헌혈증을 모았다.
모임을 주도적으로 만든 사람은 중년 1인가구 천영일씨(46)다. 그는 4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강남구 1인가구 커뮤니티 센터를 통해 외로움도 많이 덜어냈고 늘 도움을 받고 있다”며 “우리가 받은 만큼 사회에 돌려주고 싶어 헌혈증 기부 모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천씨와 함께 헌혈 소모임을 꾸려가는 회원은 5명이다. 나이도 다르고, 성별도 다르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나 혼자 사는’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천씨는 “처음에 센터 담당자분께 ‘이런 모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제안을 했고, 담당자분이 회원 중에 저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분들을 찾아 참여의사를 물어 모임을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사실 천씨는 ‘헌혈왕’이다. 고등학생이던 1996년부터 30년 가까운 기간동안 총 268번의 헌혈을 했다. 지금도 혈소판과 혈장만 뽑을 때는 2주에 한 번씩, 전혈을 뽑을 때는 2개월에 한 번씩 헌혈을 하고 있다.
천씨는 “당시 어머니가 많이 아프셔서 자연스럽게 헌혈에 관심을 갖게 됐던 것일 뿐 딱히 대단한 일을 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라고 말했다.
1인가구 센터에는 천씨를 비롯해 혼자 사는 사람들이 수시로 방문한다. 천씨가 처음 센터를 방문한 것은 2021년 무렵이었다. 당시 센터가 회사 인근에 있어 출퇴근길에 오가며 지나쳤던 게 계기가 됐다.
센터가 현재의 강남역 인근 테헤란로8길 36으로 확장이전을 한 뒤에도 그는 일주일에 2~3번씩 이곳을 방문한다.
천씨는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1인가구 지원센터가 ‘평범한 중년 1인가구’의 복지사각지대를 메워주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그는 “청년1인가구나, 경제적 취약계층 또는 돌봄이 필요한 중년 1인가구들에 대한 복지지원은 많지만 저같이 평범한 회사원인 중년 1인가구에 대해서는 정부도, 자치구도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강남구 1인가구 커뮤니티 센터’ 내부 라운지 모습. 홈페이지
하지만 센터를 알게 된 후 그런 생각은 많이 줄었다고 했다. 그는 센터 내 공유주방에서 빵을 만드는 베이커리 수업부터 김치 담그기, 명절에 전 부쳐서 함께 나눠먹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강남구 1인가구 커뮤니티 센터를 이용하는 1인가구는 8월 기준 5040명에 달한다. 이중 청·장년이 87%를 차지한다.
헌혈소모임은 이번 삼성의료원 헌혈증 기부를 시작으로 혈액수급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의료기관을 찾아 기부 활동을 넓혀갈 계획이다.
천씨는 “열심히 모은 것이긴 하지만 처음에는 ‘고작 45장 밖에 안 되는 헌혈증을 기부해도 될까’란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의료원으로부터 감사인사를 받으니 더 열심히 헌혈증 기부활동을 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