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측 “인사차 들러 일상적 얘기 나눠
…한학자 총재 대리인인지는 몰랐다”
민중기 특별검사. 정지윤 선임기자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가 최근 특검 사무실에서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관련 사건을 대리하는 변호사를 만난 것을 인정했다. 민 특검 측은 이 변호사가 한학자 통일교 총재를 대리하는지 몰랐고 일상적인 이야기만 나눴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특검이 전관예우 문제에 안일한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진 특검보는 4일 정례브리핑에서 “지난주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변호인이 타 사건으로 담당 특검보를 만난 후 돌아가는 길에 인사차 잠시 특검실에 들러 차담을 나눈 사실이 있다”며 “그 변호인은 본인이 통일교 사건의 변호인이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고 관련 변론도 이뤄지지 않았으며 안부 등 일상적인 인사만 나눈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변론권 보장과 수사 보안 및 업무 효율성 차원에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특검보가 변호사들로부터 변론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 측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주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 이모 변호사 등 2명의 변호사가 통일교와 무관한 특검 수사 사건에 대한 변론을 위해 특검 사무실을 방문했다. ‘특검은 방문 변론을 받지 않는다’는 특검팀의 원칙에 따라 이들은 담당 특검보에게 변론을 진행했다. 이 변호사가 변론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민 특검과 함께 일했던 경험을 떠올려 인사차 특검실에 잠깐 들렸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판사 출신으로, 과거 민 특검이 부장판사로 재직했을 당시 그의 배석판사룰 맡아 친밀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측은 이 변호사가 본인이 한학자 총재 등 통일교 측 변호인이라는 것을 밝히지 않았고 변호인 선임계는 각 수사팀에 전달되기 때문에 특검이 이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을 다 파악하고 있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 특검보는 “특검 수사와 관련해서만 특검 사무실에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인지가 안 되진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이번처럼 매우 친분이 있는 분이 지나가면서 갑자기 불쑥 인사를 하겠다고 해 어쩔 수 없이 만난 거로 알고 있고 그런 경우가 많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관만 만나주는 것이 아니냐는 것에 대해선 단연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특검 측의 해명에도 이 변호사가 민 특검과 친밀한 사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인 대우를 받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진다. 통일교 내부 보고용으로 추정되는 문건엔 이 변호사가 민 특검과 25분가량 대화를 나눴고 ‘(통일교 세계본부장이었던) 윤영호가 진행 상황을 한 총재에게 보고했다고 진술해 한 총재의 소환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특검 측은 “(수사와 관련해) 골치 아픈 상황을 얘기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어떤 사건의 진행에 관해서 구체적으로 말한 사실은 없다”며 “보고서 내용에 대해선 저희가 확인해드릴 사항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선임계를 제출한 변호인이 방문 변론을 하는 것 자체가 위법은 아니지만, 전관 변호사에게만 이런 기회가 주어지는 건 특혜라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2016년부터 검찰에서는 방문 변론을 반드시 기록으로 남기도록 하는 규정이 마련됐다. 특검의 경우엔 면담 기록을 따로 남기진 않고 보안 데스크에서 기록되는 방문자 기록으로 갈음하고 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변호사가 만나자고 했을 땐 ‘사건과 관계 있냐 없냐’ 물어야 했다”며 “부장·배석판사가 가장 가까운데 그러한 변호사를 만나는 게 위법은 아니지만 적절한 처신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검은 ‘만나지 않는다’는 원칙을 어그러뜨리고 친소관계에 따라 차별적으로 만남을 가졌다는 점에서 비판받을 만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민 특검과 만났냐’는 경향신문의 질의에 부인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