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강제동원 표현’ 평행선
지난해 이어 올해도 불참 결정
정부 “일, 전향적 변화 있기를”
한국 따로 현지서 추도식 예정
서울 용산역 광장에 설치된 강제징용노동자상.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일본 사도광산 추도식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추도식 추도사에서 사도광산에 강제동원된 조선인 노동자의 ‘강제성’ 표현을 두고 일본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정부 관계자는 4일 기자들과 만나 “올해 사도광산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며 “일본 측에 오늘 불참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추도식은 오는 13일 일본 사도시에서 개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은 지난해 7월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합의하면서 매년 조선인 노동자 등을 기리는 공동 추도식을 열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첫 추도식에도 일본 측의 추도사 내용 등 무성의한 태도를 이유로 불참했다.
정부는 올해 일본이 추도식에서 발표하는 추도사 내용에 담길 강제성 표현을 합의하지 못했다고 불참 배경을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고인이 된 사도광산 한국인 노동자에 대한 합당한 애도가 있으려면 고난의 근원과 성격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봤다”며 “한국인 노동자가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강제노역했다는 게 절절히 표현돼야 추모의 격을 갖출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은 진지하게 검토했다며 여러 표현을 제시했으나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며 “(이 정도로는)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건 자명하다”고 말했다. 일본이 ‘강제’라는 직접적인 표현을 제시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추도식에서도 일본 정부 대표의 추도사에는 강제성을 나타내는 직간접적인 단어는 없었고 외려 강제동원이 합법적이라는 인식이 담겼다. 일본이 사도광산 등재 합의에 따라 강제동원 역사를 설명하겠다며 설치한 전시관에도 ‘강제’라는 단어는 없다. 당시 정부는 ‘강제동원’ ‘강제노역’ 등 전시물에 들어갈 여러 표현을 제안했지만 일본이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강제동원 노동자의 유가족과 함께 추도식에 참석하기에는 개최일까지 남은 기간이 촉박한 점도 불참 이유로 들었다. 일본 측이 일방적으로 개최 시점을 결정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과 협의 과정에서 추도식 시기 관련 결정 상황은 공유가 됐다”며 “행사는 주최 측이 마련하는 걸 기본 골격으로 한다”고 말했다. 추도식은 일본 지방자치단체와 민간단체로 구성된 ‘추도식 실행위원회’가 주최한다.
정부는 지난해처럼 강제동원 유가족을 위한 별도의 추도식을 사도시에서 개최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일본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가 앞으로 추도식에 참석할 수 있도록 일본 측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며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가족의 고통을 헤아리고 애도할 수 있도록 일본 측과 계속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불참 결정은 일본과 미래지향적 발전을 도모하면서도 과거사 문제에 분명히 대응하겠다는 대일 ‘투 트랙’ 기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과거사 문제도 양국 관계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앞으로 일본으로부터 진전된 변화를 이끌어낼지가 과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