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
후지하라 다쓰시 지음 | 노수경 옮김
유유 | 192쪽 | 1만5000원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 피드를 채우는 상당수 콘텐츠는 영롱한 ‘때깔’을 자랑하며 오감을 자극하는 음식 사진과 영상들이다. 먹방이 넘쳐나고 맛집 앞에선 늘 ‘오픈런’이 벌어지고 있을 만큼 음식에 진심인 세상에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지금까지 먹었던 것 중 가장 맛있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곧바로 답이 튀어나오긴 쉽지 않다. 맛나게 먹은 것이 너무 많아서 고르기 쉽지 않을 수도, ‘맛있다’는 기준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모를 수도, 맛있는 이유가 단순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 같은 질문에 미쉐린 3스타를 받은 레스토랑과 같은 답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 대신 군대에서 고된 훈련 끝에 몰래 먹었던 라면이나 호되게 앓고 난 뒤 엄마가 끓여줬던 된장국처럼 삶의 순간이 녹아든 답변에 대체로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일본의 농업사학자인 저자는 <먹는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에서 먹는 행위를 통해 인간과 세계를 이해하려는 시도를 한다. 그 역시 강의실에 전국 각지에서 온 10대 청소년들을 모아놓고 같은 질문을 던진다. 10대들이 숙고 끝에 내놓은 답변은 다음과 같다. ‘축구 시합에서 우승했거나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엄마가 만들어준 햇감자 튀김’ ‘집 텃밭에 직접 모종을 심어 키워 된장에 찍어 먹은 오이’.
질문과 답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음식을 먹는다는 행위는 어디까지로 봐야 할까. 목구멍으로 삼키면 끝인지, 아니면 배설 이후까지 포함해야 할까. 씹는 맛을 제거해가는 미래 먹거리는 어떤 형태가 될까. 저자는 삶의 자세를 돌아보고 새롭게 가다듬어야 할 시대에 생각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 ‘먹는 것’이라는 화두를 던진다. “‘먹는 것’은 심오하다. 여러 관계성의 네트워크 안에서만 비로소 이해될 수 있다. 이 같은 질문을 통해 생각의 정글에 빠져드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