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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일방적이고 어찌 보면 폭력적인 사랑.

소설집에 수록된 단편 '최애의 아이'에서 주인공 우미는 아이돌 유리를 사랑한다.

그래서 유리의 아이를 낳기로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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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경향신문&NAVER MEDIA 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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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죄스러운 사랑도 사랑일 수 있는가

입력 2025.09.04 21:41

수정 2025.09.04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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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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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주 소설가는 작품들을 통해 전반적인 특징은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과 사랑에의 집착, 파멸로의 귀결, 과감한 소재와 전개 등을 보여준다. 이효석문학재단 제공

이희주 소설가는 작품들을 통해 전반적인 특징은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과 사랑에의 집착, 파멸로의 귀결, 과감한 소재와 전개 등을 보여준다. 이효석문학재단 제공

아이돌 정자를 ‘굿즈’처럼 구입
아이를 갖기로 한 팬 이야기 등
일방적·폭력적 사랑 다룬 8편

윤리 위배하는 파격적 마무리
날카로운 묘사로 현실감 획득

“어느 날엔 내가 이 사랑을 접는 게 죄가 되겠구나. 이렇게 마음을 주다가 그만두면 그 사람의 기둥이 무너지겠구나, 싶어 스스로가 무서워질 정도로 줬다.”

사랑 얘기다. 일방적이고 어찌 보면 폭력적인 사랑. 소설집에 수록된 단편 ‘최애의 아이’에서 주인공 우미는 아이돌 유리를 사랑한다. 그래서 유리의 아이를 낳기로 선택한다. 마침 소설의 세계관에서 기획사는 아이돌의 정자를 팔아 수익을 취한다. 우미는 그에 화답한다.

“앞으로 25년은 낡고 닳고 시들어가는 대신 성장하며 아름답게 개화할 테고, 그걸 보는 동안 예상치 못한 자극이 가득할 것이다. 우미는 이제껏 그런 굿즈를 가져본 적이 없었다.”

[책과 삶] 이토록 죄스러운 사랑도 사랑일 수 있는가

크리미(널) 러브
이희주 지음
문학동네 | 416쪽 | 1만8000원

과격한 사랑이지만, 그것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사이에는 피해가 없어 보인다. 기획사와 연예인은 제 것을 나누어 주는 대가로 수익을 취하고, 팬은 자신이 사랑하는 아이돌의 일부를 얻은 것에 쾌감을 느낀다.

문제는 우미가 돈을 주고 산 정자에 어떤 문제가 있었음이 밝혀지면서 일어난다. 이제 사랑의 행위로 인해 태어난 아이는 아름답지 않은 결과물일 뿐이다.

올해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수상작 중 하나인 ‘최애의 아이’는 이희주 소설집의 전반적인 특징을 보여준다.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과 사랑에의 집착, 그리고 파멸로의 귀결. 과감한 소재와 전개를 볼 때면 소설이 현실 같지 않다가도 날것의 감각이 느껴지는 문장과 날카로운 심리 묘사는 이야기가 땅에 뿌리박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총 8개의 단편이 실렸다. 소설집의 문을 여는 ‘0302♡’는 희주와 유리 두 아이를 주인공으로 한다. “특징 없는 애들” 중 하나였던 유리가 초절정 미남으로 변신한 뒤의 일을 다룬다. 역시 아름다움과 그 아름다움을 위해 자신의 정체성까지 폐기할 수 있는 이들의 이야기다.

올해 이효석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사과와 링고’는 자매 사라와 사야의 이야기다. 언니 사라는 비정규직으로 일하며 1500원짜리 커피를 사 먹는 것도 아껴 돈을 모으지만, 동생 사야는 제대로 하는 일도 없이 사라에게 돈을 빌린다. 100만원에서 500만원, 1500만원까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사야는 사라에게 조건 없는 요구를 한다. “그러나 엄마가 사야에게 약하듯 사라도 엄마한텐 약했”기에 사라는 엄마를 위해 사야에게 돈을 빌려준다. 사랑으로 엮인 이상한 관계다.

사라의 유일한 취미는 뮤지컬 <더 라스트> 관람이다. 자신이 “미술을 하고 싶어 했다는 사실”을 기억과 추억이 아닌 어느 순간에야 “떠올”릴 정도로 현실의 늪에 빠져 있던 사라는 우연히 본 뮤지컬을 통해 “하루하루 그저 살아만 가는 자신에게도 실은 간절히 원하는 게 있다는 것, 누군가가 곁에 있길, 늘 자신을 지켜봐 주길 희망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런 자신의 얼굴을 마주한 탓에 눈물”을 줄줄 흘린다. 소설 속에서 <더 라스트>의 주인공이 지구의 종말을 기다리는 사람이라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뮤지컬의 주인공이 두려워한 것은 “종말이 아닌 삶”이었고, 생은 오히려 “청춘의 코르크로도 막아지지 않는 불안이 솟구치”는 그 무엇일 뿐이다.

‘사과와 링고’ 역시 파괴적인 상황으로 마무리된다. 사라는 사야를 마주할 때 마음속으로 그렸던 ‘참을 인’(忍) 자를 더 이상 마음에 새기지 않는다. 사회적 윤리를 위배하는 파격적인 마무리는 분명히 충격적이지만, 그것이 단순히 기괴한 사건을 통해 독자에게 그저 놀라움을 안기려는 목적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소설집의 해설을 맡은 오은교 문학평론가는 “이 소설집에서 묘사되는 폭력이 감히 탐스러울 수 있다면, 그것은 약자가 그 고통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며 새로운 주체성을 탄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썼다.

2016년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작가는 장편 <환상통> <성소년> <나의 천사> 등을 냈다. 이 중 <성소년>은 지난해 해외 대형 출판사인 미국 하퍼콜린스와 영국 팬 맥밀런에 각각 1억원대 선인세를 받는 조건으로 판권이 팔려 화제가 됐다. 이번이 첫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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