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은 상대적으로 쉽게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내란 국면이나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과 이재명 대통령은 일관된 입장이었다. 국회 다수당이 여당이 되었고, 검사독재정권의 우두머리로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은 단죄받고 있다. 게다가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추석 전 법안 통과를 국민 앞에 약속한 상황이었다. 오는 25일 처리할 예정인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핵심은 검찰청을 없애는 거다. 검찰이 지닌 수사권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립해 보존하되, 기존 ‘법무·검찰’과 멀찍이 띄어 놓기 위해 행정안전부에 설치하고, 법무부 외청으로 공소청을 설치해 기소와 공소유지 등 검찰 본연의 임무를 맡기자는 거다.
민주당은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검찰개혁의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엄격한 분리라고 확인했고, 이는 지난 대선의 중요 공약이기도 했다. 아무리 공약이었어도 제도 개혁은 신중한 점검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인수위 없이 시작해야 하는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설치한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꼬박 두 달 동안 검찰개혁 방안을 검토했다. 관계기관의 설명을 듣고, 연구자들의 조언을 들었다. 학계와 시민사회의 논의 결과도 검토했다. 국정기획위의 결론도 분명한 검찰개혁이었다.
그래도 민주당은 신중했다. 답답해 보였지만, 국민의 기본권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형사구조 개혁에 대해 집권여당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무랄 수는 없었다. 민형배 의원을 위원장으로, 국회의원은 물론 학계와 실무계 인사들을 포함해 민주당 안에 검찰개혁특위를 만들었다. 이미 정해진 결론에 연연하지 말고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며 문제점을 살펴보자는 태도였다. 이 논의에는 법무부 관계자들도 참여해 의견을 밝혔다. 아직 결론을 내지는 않았지만, 특위의 의견은 검찰이 가진 수사권과 기소권을 반드시 분리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모아졌다. 검찰개혁은 이제 기정사실이 된 것 같았다. 지난주 월요일(8월25일)까지는 그랬다.
판을 엎으려는 도발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서 시작되었다. 민주당 소속 5선 의원으로 평소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놀라웠다. 국회 예산결산특위 회의에 참석한 정 장관은 송기헌 민주당 의원 질의에 답하는 형식으로 포문을 열었다. 송 의원은 검사 출신이다.
정 장관은 ‘민주적 통제’ ‘사법 통제’를 말하며 지금까지 검토하고 논의했던 검찰개혁 방안 전부에 대해 어깃장을 놓았다. 중수청은 행안부가 아닌 법무부에 두자고 했고,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도 반대했다. 이재명 정부의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을 정면으로 반대한 것이다.
중수청이 행안부 소속이 되면 경찰, 국가수사본부, 중수청이 행안부 안에서 상호 인적 교류를 통해 공룡이 될 거라며 반대했다. 공룡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한 손에 쥔 검찰을 일컫는 표현일 수는 있겠지만, 기소권 없이 수사권만 가진 기관을 지칭하는 표현일 수는 없다. 상호 인적 교류도 그렇다. 법무부 차관, 기획조정실장, 법무실장, 검찰국장 등 법무부의 핵심 보직은 전부 검사가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자기들끼리는 ‘검찰’이란 표현 대신 ‘법무·검찰’이란 표현을 즐겨 쓴다. 법무부는 그저 검사의 놀이터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행안부가 경찰관의 놀이터가 된 적은 한번도 없다. 행안부 쪽은 물론 경찰청의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일이다. 윤석열이 행안부에 경찰국을 설치해 경찰청에 대한 장악력을 높인 적은 있지만, 경찰청이 행안부를 쥐고 흔드는 일은 없었다. 역대 법무부 장관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곤 전부 검사 출신이었지만, 경찰관이 행안부 장관이 된 일은 없었다.
정 장관의 임무는 곧 없어질 검찰을 잘 통제하고 윤석열 때 망가진 법무행정을 정상화하는 것인데, 온통 거꾸로였다. 누구보다 열심히 검찰의 기득권을 옹호했고 검찰의 권한을 쪼개기는커녕 오히려 권한을 확대하자는 주장마저 서슴지 않았다.
정 장관은 국민주권정부의 법무부 장관으로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윤석열에 대한 영장 집행조차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교도관 핑계를 댔다. 건진법사가 갖고 있던 현찰 관봉권 띠지 분실에 대해 ‘격노’했다지만, 그 흔한 압수수색 한번 진행하지 않았다. 검찰을 지휘하는 주무 장관으로서, 법무행정의 책임자로서의 면모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5선에 이를 정도로 정치활동을 오래 했지만, 우리가 기억할 만한 정성호 의원의 의정활동은 거의 없었다. 고작해야 김문수처럼 열심히 체력 단련을 했다는 것만 도드라질 뿐이다. 그만두는 게 맞다. 더는 임명권자에게 누를 끼치지 마라.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