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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템말템] 내 멘탈만 갈린 테무 블렌더

입력 2025.09.05 16:00

김지윤 기자의 살템말템 ③

무른 토마토조차 못 가는데…

소셜미디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독 자주 등장하는 ‘살림템’이 있다. 너도 나도 산다는 공동구매의 결과물일까. 마침내 빛을 발한 중소기업의 야심작일까. 자취 포함, 살림 경력 25년 차. ‘살림이 취미인’ 기자가 ‘회사돈내산’으로 대신 써보고 콕 짚어 정리한다. 이거 사, 말아?

가득 채우면 작동하지 않는 용량 제한 블렌더. 두세 번 나눠 돌리는 귀찮음까지 따라온다.

가득 채우면 작동하지 않는 용량 제한 블렌더. 두세 번 나눠 돌리는 귀찮음까지 따라온다.

갈린 건 내 멘탈뿐

책상 위 작은 카페를 꿈꾸며 테무(Temu)발 휴대용 USB 충전식 블렌더를 들였다. 유명 브랜드의 10분의 1 가격, 배터리는 1300mAh(1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류량), 분당 회전수 2200rpm. 스펙만 보면 어디서든 시원한 스무디 한 잔쯤은 거뜬할 것 같았다. 그러나 현실은, 시원하지 않았다.

유일한 장점은 선이 없다는 점이다. 충전만 해두면 부엌을 넘어 집 안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다. 과일을 넣고 버튼만 누르면 된다. 편리하다. 하지만 여기까지, 그 이상은 없다. 일단 휴대성부터 문제가 있다. 생수병보다 조금 큰 크기, 은근히 무겁다. 텀블러보다 두껍고 칼날·모터까지 들어 있어 매일 들고 다니기엔 부담스럽다.

세척을 했는데, 세척이 되지 않은 아이러니. 칼날이 본체와 일체형이라 틈새 음식물이 남기 쉬운데, 물을 채워 돌려도 잔여물이 남는다.

세척을 했는데, 세척이 되지 않은 아이러니. 칼날이 본체와 일체형이라 틈새 음식물이 남기 쉬운데, 물을 채워 돌려도 잔여물이 남는다.

가장 중요한 기능도 기대 이하다. 2200rpm이라는 화려한 숫자에 비해 체감 속도는 미약하다. 바나나 정도 무난히 갈릴까 싶은 칼날, 역시나 냉동 과일이나 얼음은 제자리 돌기를 하다 멈춘다. 게다가 용량 제한이 있어 3분의 2 이상 재료를 넣으면 아예 작동하지 않는다. 한 번에 갈 수 없으니 두세 번 나눠 돌리는 귀찮음까지 따라온다.

조작도 ‘그게 그거’다. 단계별 버튼은 있지만 이는 강도 조절이 아니다. 그저 작동 시간의 길고 짧음이다.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하는 심정으로 블렌더를 들고 흔드는 손목이 서서히 욱신거린다. ‘편리함’이라는 글자에 속은 것에 분노하다 ‘이만하면 되었겠지!’ 싶어 뚜껑을 열었지만 갈린 재료는 컵 안에서 마치 반항이라도 하는 듯 덩어리인 채로 남아 있다.

한 번 더 ‘3단계’ 버튼을 눌렀지만 여전히 ‘생생하게 씹히는 토마토’다. 무른 토마토조차 이리 처참하게 잔해를 남기는데, 어찌 블렌더라 부를 수 있을까. 유행가 후크처럼 반복되는 ‘갈갈갈갈’ 소음에 헛웃음이 나다 힘없이 허우적거리는 모습에 한숨이 교차했다.

뚜껑이 비스듬해 갈고 난 뒤 컵처럼 세워 마실 수 없다. 한 번에 ‘강제 원샷’으로 마셔야 한다.

뚜껑이 비스듬해 갈고 난 뒤 컵처럼 세워 마실 수 없다. 한 번에 ‘강제 원샷’으로 마셔야 한다.

세척은 더 가관이다. 칼날이 본체와 일체형이라 틈새 음식물이 남기 쉬운데, 물을 채워 돌려도 잔여물이 남는다. 그렇다고 솔과 수세미로 닦아 세척하자니 물이 모터로 스며들까 불안하다.

요리조리 조심히 물을 흘려 보지만, 깊숙한 틈은 손이 닿지 않아 찝찝함이 계속된다. 그럼에도 제조사 설명은 단 한 줄, “천으로 닦으라.”

‘유종의 미’도 없다. 뚜껑이 비스듬해 갈고 난 뒤 컵처럼 세워 마실 수 없다. 한 번에 ‘강제 원샷’으로 마셔야 한다. 스무디를 음미하려는 꿈은 순식간에 깨지고 주방에는 끝도 없는 찌꺼기와 짜증만 남는다.

설명서도 문제다. 한국어 번역투가 엉성하고, 핵심 주의사항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용량 제한과 세척 방법을 알려면 결국 시행착오를 겪어야 한다. 사용 전 기대감은, 사용 후 좌절로 바뀌고 속으로 ‘이럴 거면 그냥 토마토를 씹을 걸…’이라는 후회가 밀려온다.

유행가 후크처럼 반복되는 ‘갈갈갈갈’ 소음에 헛웃음이 나다 힘없이 허우적거리는 모습에 한숨이 교차했다. 1만원에 사고 돌아서니 8천원 되는 마법.

유행가 후크처럼 반복되는 ‘갈갈갈갈’ 소음에 헛웃음이 나다 힘없이 허우적거리는 모습에 한숨이 교차했다. 1만원에 사고 돌아서니 8천원 되는 마법.

총평 ★☆☆☆☆

얼음 스무디? 매일 휴대? 거의 불가능하다. 작은 편리보다 쌓이는 불편이 훨씬 크게 다가온다. 이 제품이 진짜 활약하는 순간은 딱 하나. 집에서 프로틴 셰이크 한잔할 때뿐. 하지만 그마저도 청소 스트레스와 낮은 출력 때문에 손이 쉽게 가지 않는다. 현실은 블렌더가 아니라 ‘불편 재현기’다. 가격은 1만원 전후. 구입 시점에 따라 가격 변동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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