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수갑·쇠사슬로 손발 모두 결박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300여명을 포함한 475명이 체포되는 동영상이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홈페이지 뉴스룸(www.ice.gov/newsroom)을 통해 공개됐다. 헬리콥터와 군용차량이 들어서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2분34초 분량의 동영상에는 다수의 한국인이 수갑과 쇠사슬로 손과 발이 결박되는 과정이 담겨 있다. ICE 홈페이지 영상 캡처
현대차·LG 합작 공장…대통령실 “석방 교섭 마무리, 절차 남아”
이 대통령 “투자 기업 활동 침해 안 돼”…트럼프는 “불법체류자”
미국 정부가 조지아주 한국 기업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단속해 불법체류 혐의로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을 체포·구금한 사태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7일 “구금된 근로자의 석방 교섭이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구금 장기화라는 최악의 사태는 피했지만 한·미관계에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법 집행 과정에서 동맹인 한국 국민의 권익과 투자 기업의 경제활동 침해 가능성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불어 제조업 부활을 위해 해외 투자를 유치하면서도 비자·이민 단속을 강화하는 트럼프 정부의 모순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정부도 대미 투자 시 비자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 모두발언에서 “행정적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전세기가 우리 국민을 모시러 출발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유사 사례 방지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및 관련 기업과 공조하에 대미 프로젝트 관련 출장자의 비자 체계 점검·개선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모든 대책을 실천력 있게 실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외교부와 주미 한국대사관에 “사안의 신속한 해결을 위해 총력 대응하라”고 지시하며 “미국의 법 집행 과정에서 우리 국민의 권익과 대미 투자 기업의 경제활동이 부당하게 침해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 국토안보수사국(HSI)과 이민세관단속국(ICE) 등은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서배너의 현대자동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을 급습, 한국인 300명을 포함해 475명을 체포했다. HSI는 5일 브리핑에서 “HSI 역사상 단일 현장에서 이뤄진 최대 규모 단속”이라고 밝혔다.
체포된 직원들의 소속 회사는 LG엔솔과 하청업체, 재하청업체 등으로 다양했다고 미 당국은 밝혔다. 이들은 단기상용 비자인 B1(비즈니스 출장·회의 참석)이나 전자여행허가(ESTA)를 받아 미국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단속은 트럼프 대통령 핵심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정치인의 신고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신고자로 알려진 공화당 정치인 토리 브래넘은 연합뉴스에 “세제 혜택을 줬지만 한국 기업들은 조지아 주민을 거의 고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 대대적인 한국인 체포에 대해 “내 생각에 그들은 불법체류자였고, ICE 등은 자기 할 일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단속 대상이 한국 대기업의 투자처라는 점과 한국인이 대거 구금된 데 대해서는 한·미 경제협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BBC는 “미국 내 제조업 강화와 불법이민 단속이라는 트럼프 의 두 가지 핵심 정책 목표 사이의 잠재적인 긴장이 불거진 것”이라며 “핵심 동맹국과의 관계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