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에 대한 행정소송이 제기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결정의 지연에 대해 신청인께 송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 특별심사를 앞둔 국가인권위원회가 ‘변희수재단’ 법인 설립 심사에 대한 질의에 안타깝고 송구하다고 답변했다. 1년4개월 넘게 법인 설립 허가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허탈하고 어이없는 답변이 아닐 수 없다. 차라리 안창호 인권위원장이 평소 가지고 있던 소신대로 성소수자 혐오에 기반한 의도적인 방해였다고 하는 것이 더 솔직한 답변이었을 것이다.
지난 9월4일, 서울행정법원에서 변희수재단이 제기한 ‘법인 설립 허가 절차 부작위 위법 확인’ 소송 첫 변론기일이 열렸다. 소송을 제기한 지 7개월 만이다. 인권위는 서면 답변서를 제출하는 것도 차일피일 미루다 변론기일 이틀 전 제출했고, 증명자료엔 인권위 상임위원·비상임위원 선출안이 국회에서 부결되었다는 뉴스 기사를 그대로 붙여넣었다. 총 9쪽 분량의 답변서 중 4쪽이 뉴스 기사일 정도로 성의 없는 문서의 전형이었다.
재판이 진행된 시간은 10분을 넘지 않았다. 부당한 상황을 설명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인권위 측은 상임위 회의에서 법인 설립 허가 안건을 논의했기 때문에 ‘부작위’가 아님을 강조했다. 유가족을 모욕하고 단체 명예를 훼손하며 무조건 반대만을 외쳤던 김용원 위원의 발언, 안건 반려와 재상정을 반복하며 책임을 회피하려 했던 안창호 위원장의 비겁함은 말하지 않았다. 관련 서류를 제출한 지 9개월이 지난 시점에 소송이 제기되었고, 이후 상임위 회의에서 안건으로 상정되기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인권위 측은 법인 허가 신청 서류가 제출되면 20일 이내 허가 여부를 판단해 신청인에게 통보해야 한다는 내부 규칙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대해 명확히 알지 못했다.
인권위는 끝까지 비겁했다. 진실을 회피했고 핑계로만 일관했다. GANHRI 측에 답변한 ‘안타깝고 송구한 마음’은 재판 과정에서 확인할 수 없었다. 재판부는 다음 변론기일 전까지 인권위 측에 상당 기간이 지나도록 법인 허가 결정을 하지 않은 정당한 사유가 무엇인지 설명하라고 요구했고, 상임위 회의록 문서도 공개하라고 했다.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상임위원 1명이 없어서가 아니라, 안창호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처럼 자격 없는 사람들이 의결 권한을 여전히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소수자 관련 진정사건이 위원장 입맛에 따라 처리가 미뤄지고 소위원회 상정마저 가로막히고 있는 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변희수재단 법인 설립 허가도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비겁함의 끝은 부끄러움일 것이다. 헌법상 보장하는 결사의 자유를 인권위가 앞장서 지연시키고 있는 책임, 부끄러움의 무게는 반드시 지금의 국가인권위원회가 감당해야만 한다.
정민석 청소년성소수자지원센터 ‘띵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