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만석 대행, 정부조직 개편안 관련 발언
“세부 방안, 국민들 입장에서 설계됐으면”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이 정부의 검찰청 폐지 방안에 불만을 드러내면서 향후 세부안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노 대행은 8일 출근길에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헌법에 명시된 검찰이 법률에 의해서 개명 당할 위기에 놓였다”며 “향후에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 세부적인 방향(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것인데, 국민들 입장에서 설계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 모든 것이 검찰의 잘못에 기인한 것이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선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은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어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기소와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공소청과 부패·경제 범죄 등 중대범죄를 수사하는 중수청을 신설하는 내용 등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이달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중수청은 검찰이 원한 법무부 소속이 아닌 행정안전부 소속으로 두기로 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검찰의 보완수사권과 국가수사위원회 설치 여부 등은 더 논의하기로 했다. 노 대행은 “앞으로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검찰이 충분히 입장을 내겠다”고 밝혔다.
노 대행은 이날 검찰청이 사라질 위기에 놓인 것은 검찰의 잘못 때문이라고 반성하면서 검찰개혁 방안에 대한 불만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헌법에 명시된 검찰이 법률에 의해서 개명 당할 위기’라는 표현은, “‘검찰총장’과 ‘검사’가 명시된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 하위 법률 개정만으로 검찰청을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법조계 일각의 시각에 터 잡은 주장이다. 검찰 퇴직자 모임인 검찰동우회(회장 한상대 전 검찰총장)도 이날 성명에서 “헌법이 인정한 기관의 명칭을 법률로 변경하는 것은 헌법 정신을 거스르고 법체계의 위계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며 “개혁의 핵심은 명칭이 아닌, 검찰이 국민을 위해 어떻게 기능할 것인가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일각에선 공소청법에 ‘공소청장을 헌법상 검찰총장에 보한다’는 단서 조항을 넣는 방식으로 위헌 논란을 피해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노 대행이 ‘검찰개혁 방향’이 ‘국민들 입장에서 설계’돼야 한다고 말한 데는, 현재 여권이 국민의 삶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검찰개혁을 밀어붙인다는 문제의식이 담겨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향후 어떤 방안이 국민에게 더 이득이나 피해를 줄지의 관점에서 공론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도 풀이된다. 당정은 신설할 공소청과 중수청의 세부 권한 등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조직법 개정안 공포일로부터 1년간 준비 기간을 갖기로 했다.
검찰개혁 세부안 논의 과정에서 검찰은 보완수사권 존치에 가장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공소청이 중수청·경찰·국가수사본부 등 1차 수사기관이 작성한 수사서류만으로 기소 여부를 판단하게 되면 범인을 놓치거나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제한적으로나마 보완수사권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 대행은 지난 3일 격려차 부산고검·지검을 방문해 “보완수사는 검찰의 의무”라며 여당의 보완수사권 폐지 추진에 대해 사실상 반대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