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진법사 전성배씨가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김건희 여사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 사무실에 도착해 들어서고 있다. 정효진 기자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8일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특검은 전씨가 김 여사와 공모해 2022년 4월부터 같은 해 7월까지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영호씨로부터 통일교 지원 관련 청탁을 받고 8293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는 전씨를 통해 2022년 4월 802만원 상당의 샤넬 가방과 천수삼 농축차를, 같은 해 7월5일 1271만원 상당의 샤넬 가방과 천수삼 농축차를, 같은 달 29일 6229만원 상당의 그라프 목걸이를 윤씨에게서 받았다.
특검은 전씨가 통일교와 김 여사를 잇는 소통 창구였다고 판단했다. 김 여사에게 윤씨가 구매한 선물을 전달한 이도, 통일교의 청탁 내용을 김 여사에게 전달한 이도 전씨라는 것이다. 특검은 김 여사를 구속 기소하면서 “전씨가 김 여사를 대신해 통일교를 접촉하기로 하고, 통일교와 각종 이익을 주고받기로 공모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특검은 통일교가 전씨를 통해 UN 제5사무국 한국 유치, 통일교 추진 행사에 교육부 장관 예방 등 숙원 사업을 김 여사에게 청탁했다고 봤다.
특검에 따르면 전씨는 김 여사와 통일교 간 가교 역할을 하는 대가로 통일교에 통일그룹 고문 자리를 요구했다. 특검은 전씨가 윤씨로부터 2022년 4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총 3000만원을 받은 사실도 확인해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했다.
전씨는 기업들로부터 수사 무마 등을 청탁받고 금품을 받은 혐의도 받는다. 특검에 따르면 전씨는 2022년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희림종합건축사무소에 대한 세무조사, 형사고발 사건 등 해결을 청탁받고 총 34차례에 걸쳐 4500만원 상당의 금품과 이익을 수수했다. 희림은 실제로 2023년 서울 압구정3구역 재건축 정비사업 추진 과정에서 공모 지침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지만 불송치됐는데, 특검은 이 과정에 전씨가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희림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세무조사 무마 등 어떠한 명목으로도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전씨는 2022년 9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스타트업 기업인 콘랩컴퍼니의 사업 추진 관련 청탁을 명목으로 총 1억6000여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콘랩컴퍼니가 청탁한 사업은 2023년 4월 경기 의왕시가 백운호수 일대에 조성한 ‘무민공원’ 사업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콘랩컴퍼니가 갖고 있는 무민 캐릭터 라이센스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게끔 전씨에게 청탁했다는 것이다.
특검은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에서 박창욱 경북도의원으로부터 국민의힘 공천과 관련해 1억원을 수수했다고 보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전씨는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예비후보자 정재식씨에게 공천을 받게 해주겠다며 기도비 명목으로 1억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특검은 이번 기소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전씨와 윤씨가 2023년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당대표로 당선시키기 위해 통일교 교인들을 집단 입당시켰다는 의혹도 수사 중이다. 앞서 기소된 윤씨 공소장에는 김 여사가 2022년 11월 전씨를 통해 윤씨에게 이를 요청했다고 적시됐다. 교인 개개인 의사에 반한 입당이 이뤄졌다면 정당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앞서 특검은 집단 입당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국민의힘 당원 명부를 확인하려 했으나 국민의힘 반발로 실패했다. 특검은 새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다시 집행에 나설 방침이다. 권 의원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1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전씨가 희림과 콘랩컴퍼니로부터 받은 청탁을 김 여사를 통해 실현하려 했는지도 추가 수사로 밝혀내야 할 부분이다. 희림은 코바나컨텐츠 후원 의혹, 관저 이전 공사 특혜 수주 의혹과 관련해서도 특검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특검은 “전씨와 관련자들의 인사·공천 개입 및 금품수수 의혹 등 나머지 수사 대상 사건과 공범에 대해 계속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