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축전 “각별히 보살필 것”
이석규 애국지사(가운데)와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오른쪽에서 세번째) 등이 8일 전북 전주시 전주보훈요양원에서 열린 이석규 상수연 중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국가보훈부 제공
“목숨 걸고 불렀던 만세를 이제는 마음껏 외칠 수 있어 보람을 느낍니다. 다시 태어나도 독립운동을 할 것입니다.”
광복 80주년을 맞은 올해, 호남에서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항일운동가 이석규 애국지사(1926년생)가 백수를 맞았다. 8일 전주보훈요양원에서 열린 상수연(上壽宴)에는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과 문승우 전북도의회 의장, 보훈단체장 등 50여 명이 함께해 ‘살아 있는 역사’를 기렸다. 청소년들은 이 지사의 독립운동을 바탕으로 제작한 영상을 상영하며 자리를 빛냈다.
전북 완주 조촌면 출신인 이 지사는 1943년 광주사범학교 재학 중 동지들과 ‘무등독서회’를 조직했다. ‘이순신’ 관련 서적 등 일제 금서로 지정된 책을 돌려 읽으며 민족의식을 키웠다. 거리에는 ‘일본은 물러가라’는 전단과 벽보를 붙이며 반일 여론을 확산시켰다. 임시정부 비밀 연락원으로 활동하며 독립운동 지령을 전달하기도 했다.
항일의 결심은 일상의 모멸에서 비롯됐다. 훗날 이렇게 회고했다. “목욕탕에서 일본인들이 ‘더러운 조센진’이라며 구타했다. 내 나라인데 내가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나, 분노가 치밀었다.” 무등독서회가 일제 경찰에 발각되면서 1945년 체포돼 모진 고문과 옥고를 치러야 했다. 광복 후 교직에 몸담아 후학 양성에 힘썼다. 익산 왕궁초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정년퇴임했다. 2010년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지난 5월 세상을 떠난 아내와의 사이에 9남매를 둔 그는 자녀들에게 ‘존경받는 아버지’였다.
장녀 이춘금씨는 이날 낭독한 헌시에 이렇게 적었다. “아버지,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 이름 석 자가 이 나라의 봄이 되었음을. 당신의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가 지금 이 땅을 당당히 딛고 살아갑니다.”
현재 생존 애국지사는 단 5명. 이 지사는 호남지역의 마지막 항일운동가다.
이재명 대통령은 축전을 보내 “대한민국의 빛나는 오늘을 만드신 선열들을 기리는 것은 지금의 자유와 풍요를 누리는 후손들이 해야 할 응당한 책임”이라며 “애국지사님들께서 여생을 불편함 없이 보내실 수 있도록 각별히 살피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