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정권마다 교육부 장관 자리를 교육 전문가가 아닌 분들이 맡아 왔다. “교육정책에도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당연한 말이 현실에서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하기야 우리나라는 온 국민이 다 교육 전문가다. 자신의 학창 시절 경험과 자녀 교육 경험을 바탕으로 각자 나름의 일가견들을 갖고 있다.
지난번 장관 후보자는 대학 총장 경력을 가진 분으로 논문 표절 등의 흠결이 드러나는 바람에 낙마했다. 실은 이분까지 포함해 대학교수들 대다수는 (교육기관에 종사하고 있기는 하지만) 초중등 교육에 대해서는 문외한들이다.
이번 장관은 해야 할 일이 많다
새롭게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분은 교사 출신인 데다가 교육감을 여러 해 동안 역임한 교육 전문가라는 점에서는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이 노령 후보자의 과거 행적에는 논란거리가 많다. 노동운동가이자 사회운동가로서의 경력을 바탕으로 진보 진영의 지원을 받아 교육감에 당선된 분이다. 교육에 관해서는 지나친 정치적, 사상적 편향은 당연히 좋지 않다. 게다가 이분이 과거에 한 여학생의 뺨을 때린 것은, 그 행동 자체도, 그 사유도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교육부 장관 후보자 구하기가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싶다. 이번에는 특히 진보 진영이면서 교사 출신이고 또한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동조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다 보니 선택의 폭이 좁아진 것 같다.
이번 장관은 유난히 해야 할 일이 많다. 그 이유는 지난번 장관이 성과 내기에 집착해서 충분한 준비 없이 시행해버린 정책이 여러 개 있는 데다가 현 정권이 서울대 10개 만들기라는 난해한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고교학점제(선택형 교육과정)가 도입되었고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가 충분한 연구와 준비 과정 없이 만들어졌다. 게다가 전 장관이 자신의 첫 번째 임기 때 자사고를 확대했는데 그 이후에 여러 가지 사정으로 과학고, 영재학교, 외국어고 등도 늘어났다. 확대된 고등학교 입시는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이 과다 학습과 사교육에 내몰리게 되는 핵심 원인이 되고 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수도권 집중을 줄이고 지역을 살린다는 취지와 최상위권의 지나친 경쟁을 완화한다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실현 가능성도 낮고 설혹 실현이 되어 지역 거점대들의 학생들과 교수들 수준이 서울대 수준으로 높아지더라도 그것이 지역 살리기와 입시 경쟁 완화의 효과를 가져올지는 의문이다.
‘10개의 서울대’와 고교학점제 문제점
이 사업에는 매년 6조~7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성공 확률이 낮은 곳에 거금을 투자하는 꼴인데 성공하더라도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오히려 입시 경쟁과 학벌주의를 확대할 수 있다. 게다가 다른 수십개의 국공립대와 대학 전체의 85%에 달하는 사립대의 불만과 항거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고교학점제도 학생 개개인의 진로와 적성에 맞게 학생이 주도적으로 과목을 선택한다는 취지가 있으나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미국과 일부 국가가 시행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교육 환경이 그 나라들과 다르다. 예컨대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특수목적고와 특성화고가 이미 존재한다. 일반고 학생들도 적성보다는 대입 준비에 입각해서 과목을 선택한다. 게다가 각 학교는 여러 과목을 개설할 교실도 부족하고 교원도 부족하다. 학생 맞춤형 교육이라는 이상과는 달리 실제로는 학교 간, 학생 간의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상대평가라고 하는 대학입시 제도와 충돌한다.
실은 교육부가 이런저런 교육 정책을 다 수립할 필요는 없다.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있기 때문이다. 국교위가 설치된 것은 정권교체와 무관한 중장기적이고 일관된 교육 정책을 수립하고, 정책이 정치적 편향에 흔들리지 않고 전문적으로 운영되게 하기 위함이다. 국교위는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정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교육부의 현안 대응 업무 부담을 줄이고, 교육의 중장기적인 비전과 거시적인 교육 정책을 수립하고자 한다.
그러나 국교위가 출범한 지 3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 그것은 (최근에 정치적 논란에 휩싸인) 위원장의 전문성과 책임감이 부족한 탓이 크다. 그런 분을 그 자리에 앉힌 임명권자 탓이기도 하다. 진영 논리에 입각한 인선은 국교위의 설립 취지를 전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다.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