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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감 있는 연기라는 말 들으면 힘이 납니다”

입력 2025.09.09 06:00

수정 2025.09.09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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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밀일 수밖에’ 장영남

배우 장영남. 잼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장영남. 잼엔터테인먼트 제공

비밀을 가진 엄마, 어렵고도 궁금
지난 10년 슬럼프와 함께 걷는 중
채우기보다 버려야 한다는 게 모토

가슴 쓸어내리는 사건·사고 많아
요즘엔 따스함 담긴 대본에 끌려

배우 장영남(52)은 오래 끓인 속을 짐작하게 하는 연기를 한다. tvN 드라마 <미지의 서울>의 쌍둥이 엄마 옥희는 딸들에 대한 은은한 걱정과 애정을 눈빛만으로 전했다. 2001년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을 다룬 영화 <소방관>(2024)에 몰입을 더 했던 건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의 아내로 분해 기다리는 가족의 초조함을 전달한 그의 연기였다.

10일 개봉하는 영화 <비밀일 수밖에>(김대환 감독)는 장영남이 그려낸 인물을 더 긴 호흡으로 볼 수 있는 기회다. 장영남은 ‘서사의 주연’인 엄마, 정하를 연기한다. 캐나다에 유학 간 아들 진우(류경수)가 불현듯 여자친구 제니(스테파니 리)와 함께 정하의 강원도 춘천 집을 찾아온다.

영화 <비밀일 수밖에>의 주인공 정하(장영남)와 연인 지선(옥지영)이 정하의 아들 진우(류경수) 몰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슈아픽처스 제공

영화 <비밀일 수밖에>의 주인공 정하(장영남)와 연인 지선(옥지영)이 정하의 아들 진우(류경수) 몰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슈아픽처스 제공

고등학교 교사인 정하는 학교에 휴직계를 낸 참이다. 동성 연인 지선(옥지영)과 동거 중이기도 하다. 아들에겐 말한 적 없는 사실들이다. 속은 복잡한데, 한국을 찾은 제니의 부모에게까지 방을 내줘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제니 아빠(박지일)는 무례한 언사를 일삼고, 제니 엄마(박지아)는 고상한 말투를 흉내 내지만 뻔뻔한 구석이 있다.

8일 서울 마포구 한 공간에서 만난 장영남은 “‘우리 엄마가 어느 날 문득 그런 비밀을 털어 놓는다면?’ 생각해 보니 어렵기도 궁금하기도 하더라”며 “그동안 엄마 역할을 많이 했지만, 이 엄마는 새로운 독립적인 인격체로서 궁금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지선 역을 맡은 배우 옥지영과 대화를 많이 나눴다고 한다. 촬영하면서는 지선을 “‘여자’라기보다 친구이자 애인, 남이지만 가족 이상으로 많은 걸 소통하는 사람”으로서 바라보며 사랑을 연기했다.

정하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비밀일 수밖에>에서 코믹한 소동은 다른 인물들의 몫이다. 장영남은 관찰자적 주인공 역할이 어렵기도 했다고 했다. “조연은 짧지만 굵게, 있는 그대로 감정을 다 표현하잖아요. 이건 펼쳐놓을 수 없으니 ‘(내 연기가) 밋밋하지 않나, 뭘 더 할 수 있을까’ 의구심도 많이 들었습니다.”

장영남은 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해 1995년 극단 목화에서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데뷔했다. 장진 감독의 <아는 여자>(2004)를 계기로 매체 연기로 발을 넓혔다. 연기를 시작한 지 햇수로 30년이지만, 그는 연기할 때 늘 고민이 많다고 했다. “저는 제가 트렌디하기보다는 극적인 연기 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누군가 제 연기를 보고 ‘현실감이 있다’ 말씀해주시면 힘이 나요.”

장영남은 지난 10년을 “슬럼프와 함께 걸어가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어릴 때의 성장통도 있지만, 나이 들어서의 성장통도 있는 것 같다”며 자기계발의 필요성을 매 순간 느낀다고 했다.

“적은 나이가 아니니 몸에 밴 것들이 있잖아요. 무언가를 채우기보다는 버리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고집이 생기고 자꾸 했던 걸 끌어와서 쓰려고 하거든요. ‘계속 버려야 한다’는 게 연기를 할 때 제 모토인 것 같습니다.”

몸에 익은 것보다는 새로운 것을 해보는 것을 좋아한다. 의학 소재 작품이나 좀비물에 도전해보고 싶은 것도 “지금까지 안 해봐서”다. 최근에는 따뜻한 대본에 끌린다. 그는 “요즘 사건·사고를 보면 가슴 쓸어내리게 되는 일도 워낙 많지 않나”라며 “그래서인지 따뜻함이 그리워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밀일 수밖에>는 그런 따스함이 있는 영화라고 했다. 장영남은 “각자 비밀이 있는 가족이 나오는데, 이를 무겁게 끌어내는 게 아니라 유쾌하고 때로는 엉뚱한 소동극처럼 풀어낸다. 편안하지만 또 불편한 사람들끼리의 동거가 어떻게 펼쳐질지 함께 웃으며 즐겨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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