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에 있는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전경. 공장은 지난 4일 미 이민당국의 대규모 단속 이후 건설이 중단됐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된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직원 상당수는 단기 방문비자(B-1, B-2)를 가지고 있다가 허용된 범위를 넘어선 업무를 했다는 이유로 구금됐다. 하지만 전문 기술자일수록 업무의 경계가 모호해 ‘회색 지대’에 놓이기 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필 리에너트 LG에너지솔루션 미 미시간 법인 대외협력 매니저는 8일 취재진과 만나 “배터리 공장은 이미 98% 지어진 상태”라면서 “이민 당국이 단속할 당시 업무를 하고 있던 직원들은 전문 장비 관련 작업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미 조지아주 서배너 노동조합은 이날 AP통신에 “현대차·LG가 시멘트 붓기, 철골 세우기, 목공 작업, 파이프 설치 등 미국인에게 돌아가야 할 일자리를 적법하지 않은 비자를 가진 한국인에게 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재 구금된 한국인 300여명 대다수는 대체하기 어려운 전문 기술 인력이란 뜻이다.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체포된 직원 대다수가 LG 및 협력업체 직원들이고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 직원은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ICE 구금시설 앞에서 만난 한 LG 협력업체 관계자는 “건설 자체는 다 끝난 상황이어서 당시 남아 작업하던 사람들은 장비 제어 프로그램을 짜는 프로그래머, 배터리에 전해액을 공급하거나 장비 테스트 및 튜닝 작업 등을 하고 있던 전문 기술인력들”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처럼 첨단 장비 설치의 마지막 공정을 감독하는 전문 인력일수록 업무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잡혀간 직원 중 상당수가 가지고 있는 B1 비자는 예를 들어 건설 프로젝트를 ‘감독’할 수는 있지만 직접 건설 작업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협력업체 관계자는 “장비 업무이다 보니 관리·감독을 하러 갔어도 필요하면 나사도 조이고 해야 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은 “H-1B 같은 전문직 취업 비자는 발급 개수가 한정돼 있어서 한국 기업들은 다른 단기 비자를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는 (전문 기술) 노동자들을 법적인 ‘회색 지대’에 놓이게 했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업체들은 대체 인력을 찾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직원 7명 전원이 구금시설에 갇힌 또 다른 협력업체 관계자는 “그 정도 전문성을 가진 인력 7명을 찾는 게 쉽지 않다. 찾더라도 그 사람들을 (투입하려면) 다시 훈련해야 하는 노력이 또 들어간다”고 말했다.
지난 7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 이민 당국에 체포된 한국인이 ‘불법 체류자’였다면서 앞으로는 미국 내 해외 기업들이 배터리나 컴퓨터 제조와 같은 전문분야에서 미국인을 고용하고 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금된 한국인 4명을 대리하고 있는 이민 전문 변호사 찰스 쿡은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에서 사용되는 기계를 만드는 미국 기업이 없기 때문에 해외에서 인력을 불러와 장비를 설치하거나 수리할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 인력을 이 같은 업무를 할 수 있기까지 훈련하려면 최소 3~5년은 걸린다”고 AP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