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관련 의혹을 받는 김상민 전 부장검사가 9일 김건희 특별검사팀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김건희 여사에게 그림을 건네고 공천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상민 전 검사가 “논란이 되고 있는 그림은 김 여사 오빠의 요청으로 중개했을 뿐”이라며 “(선물한 그림이) 위작이라는 게 밝혀져서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김 전 검사는 지난 9일 오전 9시49분쯤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오후 10시49분쯤까지 13시간동안 조사를 받았다. 김 전 검사는 조사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특검에서 궁금해하시는 부분을 상세히 소명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만약 위작이면 그림을 중개한 업체들이 도산해야 할 상황이라고 할 정도로 내가 강력하게 업체의 신뢰성을 담보하고 중개했는데, 위작으로 밝혀져서 상당히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특검은 앞서 김씨의 장모 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견된 이우환 화백의 그림 ‘점으로부터 No. 800298’를 김 전 검사가 구매했다고 확인했다. 이에 김 여사 측이 그림을 받은 대가로 김 전 검사의 지난해 4·10 총선 공천에 개입하고 이후 국정원 취업에도 도움을 준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김 전 검사는 2023년 9월 현직 부장검사 신분으로 경남 창원 지역 주민들에게 “뼛속까지 창원 사람”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이후 총선 출마를 강행해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을 도왔던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는 김 여사가 ‘창원 의창구에서 김상민 검사가 당선될 수 있도록 지원하라. 그러면 선거 이후 장관 또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검사는 국민의힘 공천 심사 과정에서 탈락했고 지난해 8월 국가정보원 법률특보에 임명됐다
특검은 그림의 진품 여부를 감정하기 위해 한국화랑협회와 한국미술품감정센터에 감정을 의뢰했는데 협회는 진품, 센터는 가품이라고 엇갈린 판단을 내렸다.
그림이 가품이라면 김 여사의 혐의가 상대적으로 가벼워진다. 김 전 검사는 1억4000만원을 내고 이 그림을 구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품 가액이 1억원을 넘기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돼 10년 이상 징역 또는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는데, 위조품이라면 실제 수수액이 이보다 적다고 다퉈볼 수 있다. 김 여사는 특검 조사에서도 “이 화백 그림은 위조품이 많아 나라면 안 샀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김 전 검사는 그림을 대리 구매했다고 주장하면서 “업체 측에서 구매자가 신분이 보장된 경우에 한해서 판다고 했었고, 김씨 측에서 김건희나 김씨 일가가 그림을 산다는 정보가 새어 나가면 가격이 두세배 뛸 수 있어 (자기) 신분을 숨기고 사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이 같은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김씨에게 오는 11일 오후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 김씨 측은 변호인 사정으로 출석이 어렵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