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미 하원 감독위원회가 공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 제프리 엡스타인 생일에 보낸 것으로 추측되는 외설 편지. 민주당 엑스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성년자 성착취범 고 제프리 엡스타인에게 보낸 것으로 의심되는 ‘외설 편지’가 공개된 이후 진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여성의 나체를 그려 놓은 듯한 해당 편지에는 ‘Donald(도널드)’라는 서명이 휘갈기듯 쓰여 있다.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은 9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그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이 아니다. 대통령은 절대로 그 수표(엡스타인 편지를 의미)에 서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레빗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서명 중 하나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은 아주 오랫동안 그래 왔다”며 “그(트럼프 대통령)는 (편지를 쓰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그 입장은 (WSJ와의 명예훼손 소송) 법정에서도 주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행정명령 등 공식문서 서명에 ‘Donald Trump’라고 성과 이름을 모두 사용하고 있다.
백악관 주장과 달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편지 속 ‘Donald(도널드)’ 서명이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사람들에게 보낸 편지에 쓴 서명과 매우 비슷하다고 전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Donald Trump’ 서명을 최근 즐겨 쓰는 것은 맞지만, 대통령 취임 전 보낸 여러 편지를 보면 이번에 공개된 편지처럼 이름만 쓴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WSJ는 짚었다. 그러면서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2000년 11월 힐러리 클린턴에게 상원 의원 당선을 축하한다고 보낸 편지, 2006년 4월 조지 콘웨이 변호사에게 보낸 감사 편지 등과 대조한 결과 이번 편지 속 서명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WSJ는 편지에 손으로 그린 듯한 여성 나체 윤곽선도 트럼프 대통령이 2004년과 2017년 자선 경매에 내놨던 빌딩 그림과 필치가 같다고 짚었다. 편지에 쓰인 “수수께끼는 결코 늙지 않는다, 그거 눈치챘나”라는 표현, “친구란 원더풀한 것”이라는 표현도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저서와 연설에서 ‘수수께끼’(Enigmas), ‘원더풀’(Wonderful·놀랍거나 멋지고 훌륭하다는 의미) 등 수사를 자주 사용했다는 점에서 의심스러운 대목이라고 매체는 지적했다.
미 하원 감독위원회는 전날인 8일(현지시간) 엡스타인 유산 공동집행인 변호사들이 제공했다면서 엡스타인의 ‘생일 기념 책’에 실린 트럼프 대통령의 편지를 공개했다. 여성 신체 윤곽선이 그려진 이 편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2003년 엡스타인의 50번째 생일을 맞아 보낸 것으로 추정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편지의 존재를 처음 보도한 WSJ 등에 대해 100억달러(약 14조원) 규모의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