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회원 등이 10일 서울 영등포구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 앞에서 삼성반도체 사내하청 노동자 뇌종양 사망 및 폐암 산재신청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관련 업체에서 일하다 뇌종양·폐암을 각각 진단받은 하청노동자 측이 업무상 산업재해 인정을 촉구했다.
인권단체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은 10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요구를 공단에 전달했다. 기자회견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하청노동자로 일하다 뇌종양을 진단받은 고 이대성씨(42)의 유족과 폐암을 진단받은 박종성씨가 직접 참석했다.
이씨는 삼성전자 협력업체 소속으로 14년간 반도체 생산라인에 화학물질을 공급하는 ‘중앙화학물질공급시스템’(CCSS)의 유지·보수 업무를 담당했다. 이 설비엔 각종 화학물질이 고순도 액체 상태로 저장돼있어 독성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 2013년엔 이 설비에서 불산이 누출돼 1명이 숨졌고 2016년엔 이곳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악성림프종으로 숨졌다. 이씨는 지난해 2월 악성 뇌종양 진단을 받은 뒤 지난 7월21일 투병 끝에 숨졌다. 이씨는 사망 전 “유기용제를 담은 드럼통 뚜껑을 열면 고순도의 화학물질이 아지랑이처럼 올라오는 것이 보였지만 일반 마스크만 쓰고 일했다”고 증언했다.
이씨의 아내 김씨는 “남편의 일터는 자랑스러운 아버지, 하나뿐인 아들, 평생의 반쪽을 앗아갔다”며 “다시는 누군가의 남편이, 아버지가, 자식이 같은 이유로 목숨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회견 내내 김씨의 손에는 이씨의 사진이 들려 있었다.
고 이대성씨의 아내 김씨(맨 오른쪽)가 남편 이씨의 사진을 들고 10일 서울 영등포구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박씨도 삼성전자 협력업체 소속으로 기흥 사업장에서 약 10년간 반도체 폐기물을 처리하는 업무를 담당하다 2022년 9월 폐암·비소세포암 4기를 진단받았다. 박씨는 반도체 폐기물을 폐수와 찌꺼기(슬러지)로 분리했는데 이 과정에서 미세한 분진이 끝없이 발생했다고 한다. 박씨의 대리인인 이종란 노무사는 “분진 속에 폐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이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실제 2023년 박씨의 혈액에선 발암물질로 알려진 인듐이 검출됐다.
박씨는 “매일 각 라인의 분진 가루를 청소했지만 분진의 성분은 알 수 없었다”며 “아픈 통증은 참을 수 있어도 치료 비용으로 인한 경제적 고통은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은 기흥공장에서 1년 이상 일하다 관련 질병을 얻은 피해자를 지원하는 지원보상위원회를 꾸렸지만 반도체 생산라인에 출입한 노동자만 적용돼 박씨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날 박씨는 투병으로 생긴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 등으로 신발을 벗은 채 회견에 참여했다.
반올림은 회견을 마치고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서를 제출했다. 반올림은 “이재명 정부가 산재 감축을 위해 강력한 규제를 말하지만 이는 사고성 재해 위주”라며 “직업병 산재에 대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회원 등이 10일 서울 영등포구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 앞에서 삼성반도체 사내하청 노동자 뇌종양 사망 및 폐암 산재신청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