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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궁금해하기

입력 2025.09.10 20:52

수정 2025.09.10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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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은 시인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이런저런 자리에서 말할 기회가 생겼다. 처음 무대 위에 올랐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아직도 마이크를 손에 쥘 때면 적잖은 긴장감이 샘솟는다. 기분 좋은 팽팽함이다. 이 팽팽함이 현장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대부분 처음 만난 사람들이지만, 말하는 중간중간 온기 가득한 눈빛으로부터 힘을 얻는다. 유독 불편한 자리는 사람을 얼어붙게 하고 편하기만 한 자리에서는 자칫 잘못하면 말실수가 발생한다. 적당한 거리감이 오히려 마음을 늦추지 않게 한다. 이야기하는 도중 엉뚱한 길에 빠진 나를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오게 해주는 것도 바로 긴장감이다. 정신을 바짝 차린 뒤 다시 궤도에 오를 때면 매번 같은 질문이 싹튼다. 이분들은 왜 여기 오셨을까.

내 명함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다. “이따금 쓰지만 항상 쓴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살지만 이따금 살아 있다고 느낍니다.” 얼마 전에는 청중 한 분께 조심히 물었다. “최근에 살아 있다고 느낀 순간이 언제였나요?” 골똘히 생각해도 잘 떠오르지 않는 답이 있다. 그 답을 나만 할 수 있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얼마간의 적막 후 답변이 흘러나왔다. “그런 질문은 처음인데요?” 삶은 보통 ‘사는 일’을 가리키지만, ‘살아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사는 일이 길을 걷는 일이라면, 살아 있음은 길 위에서 돌에 채어 넘어지거나 천만뜻밖의 일을 경험한 순간에 가깝다. 난데없는 고함이 더 무섭고, 우연히 만난 친구가 더 반가운 법이니까. 그러므로 ‘처음’일 수밖에 없는 질문을 자주 던져야 한다. 다름 아닌 ‘나’라는 사람을 알기 위해서. 살아 있는 순간을 많이 만드는 사람이 삶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며칠 뒤 구미 행사에 갔더니 한 독자분이 파주에서 오셨다고 했다. 먼 길을 온 이유를 여쭈었더니 이렇게 답하신다. “궁금해서요.” 북토크가 어떨지 궁금할 수도, 구미라는 지역이나 행사가 진행된 책방이 궁금할 수도 있다. 어쩌면 오은이라는 시인이 궁금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모든 궁금함의 중심에는 ‘나’가 있다. 궁금함이 해소되는 경우는 그것에 대해 알았을 때다. 시간이 흘러 궁금해하는 대상을 잊을 수도 있으나, 이는 내가 알 수 있었을지도 모를 어떤 것을 놓쳤다는 얘기도 된다. 그것이 내가 누구인지 아는 가장 빠른 길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단순히 나의 취향과 욕망을 아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무엇에 갑갑궁금해지는지, 어떤 것을 알고 싶어 안달복달하는지 질문들이 쌓이고 쌓이면 마침내 궁극적인 질문에 도달한다. ‘나는 어떤 사람이지?’ 알고 싶은 것이 있다는 말은 나를 알고 싶다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주에는 이런 질문을 받았다. “저 자신을 사랑하기 어렵습니다. 저와 가까워지는 방법이 있을까요?”

여러 생각이 머릿속에서 뭉게뭉게 피어났다. 사랑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과 가까워져야 한다는 걸 아는 분이어서 다행이었다. “스스로 질문을 해보세요. 그 질문에 대한 답도 해보세요. 작은 질문부터 시작하면 좋아요.” 질문하신 분의 표정에 물음표가 드리워졌다. 이제 거의 다 왔다.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할 때 몰입하는지, 최근에 ‘왜’라는 질문을 언제 던졌는지.” 궁금함이 하나씩 해소될 때마다 나는 나와 가까워질 것이다.

질문은 떠오르는 것이기도 하지만, 떠오른 구름을 타고 다가가는 것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대상이 생겼을 때 한없이 궁금해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상대에게 다가가고 싶어서, 상대를 잘 알고 싶어서. 잘 알아야 잘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사랑이 늘 성공적일 수만은 없다. 알아버렸기에 사랑하기 어려울 때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나를 아는 일을 그만둘 수는 없다. 궁금해하는 사람에게만 삶은 두근거림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인생은 내가 나에게 가까워지는 기나긴 여정이다. 이 여정에 설렘이 없어서야 되겠는가.

오은 시인

오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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