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4754명 주민청구로 폐지안 발의
33명 중 국힘 소속 32명 전원 반대
철도공단 제기 ‘철거 소송’ 결과 주목
동대구역 광장에 지난해 12월23일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이 설치돼 있다. 백경열 기자
동대구역 광장에 세워진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의 건립 근거가 됐던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를 폐지하는 안이 대구시의회 본회의에서 결국 부결됐다.
대구시의회는 12일 오전 제319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를 열고 ‘대구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을 심사 및 의결한 결과 재석 의원 33명 중 32명이 반대, 1명이 찬성해 부결됐다고 밝혔다.
조례폐지안을 반대한 사람은 이만규 대구시의회 의장 등 국민의힘 소속 의원 32명이다. 찬성표를 던진 의원은 육정미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가 유일하다.
표결 전 이뤄진 토론에서 허시영 시의원은 “박 전 대통령은 산업화와 근대화를 이끌며 대한민국 경제 발전과 산업 기반 독립에 중대한 기여를 했다”며 “동상은 우상화가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화 정신을 계승하는 역사적 상징물”이라며 조례폐지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밝혔다.
육정미 시의원은 “홍준표 전 대구시장 시절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 절차 없이 서둘러 조례가 제정됐다”며 “이는 지역사회의 공적 가치라기보다 개인의 정치적 목적, 더 나아가 개인의 대권 행보에 활용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설치에 반발하는 시민들이 지난 22일 동상 뒤쪽에 분필로 쓴 문구. 연합뉴스
박정희기념조례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 때인 지난해 5월 제정됐다. 이 조례는 동대구역 광장에 박 전 대통령 동상을 건립하기 위한 근거 등으로 활용됐다.
조례폐지안이 시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지난해 12월 동대구역 광장에 세워진 박 전 대통령 동상도 존치될 전망이다. 다만 현재 이 동상은 설치가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국가철도공단이 대구시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어서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국가철도공단은 지난 1월 “소유주(공단)와 협의 없이 대구시가 일방적으로 설치한 동상을 철거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대구시는 애초 대구도서관 앞 공원에도 7m 높이의 박 전 대통령 동상을 건립을 추진했으나 시민단체 등의 반발로 인해 보류된 상태다.
이번 조례폐지안은 주민이 지방의회에 조례의 제정·개정·폐지를 직접 청구하는 주민조례청구에 따라 발의됐다.
대구 시민단체가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 추진에 반발하며 조례안 폐지를 청구하기 위한 서명운동을 벌였고, 시민 1만4754명이 동참했다. 대구에서 시민들이 주민조례청구를 한 것은 2012년 ‘친환경 의무급식 조례’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 범시민운동본부는 이날 오전 대구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 의사 무시하는 대구시의회를 규탄한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박정희는 산업화의 상징도 아니고 구국의 영웅도 아니다. 동대구역에 세워진 박정희 동상은 단순한 우상일 뿐”이라며 “국정감사를 요구하기 위해 국회를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