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무부 장관 “협정 수용이냐 관세냐 선택해야”
10일 출국했던 산업부 장관, 협상 후 주말 귀국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달 22일 미국 방문을 위해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관세 후속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미국이 투자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에 체류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의 협상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결과물을 얻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12일 산업부와 통상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 장관은 오는 13일 또는 14일 귀국할 예정이다. 앞서 김 장관은 지난 10일 오전 10시 출국해 워싱턴으로 향했다. 김 장관은 지난 7월 타결한 한·미 관세 협상 관련 후속 협의뿐 아니라 이민당국 단속에 따른 우려 표시와 비자 문제 개선 등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민 단속과는 별개로 대미 투자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11일(현지시간) 미 CNBC 방송 인터뷰에서 “한국은 협정을 수용하거나 관세를 내야 한다”며 “명확하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 7월30일 타결한 관세 협상에서 미국이 예고한 대한국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고, 한국이 총 3500억달러(약 486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시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대미 투자 패키지의 구성과 방식, 투자 수익 배분 등에서는 큰 이견이 있는 상황이다.
한국이 제안한 대미 투자 패키지는 조선 분야에 1500억달러, 반도체 등 전략 산업에 2000억달러를 투자한다는 것이었다. 한국은 지분 등 직접 투자 비중을 최대한 낮추고 투자 프로젝트를 간접 지원하는 보증으로 부담을 낮추는 방식을 원하지만, 미국은 한국이 직접 투자 비중을 높이기를 강하게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트닉 장관은 인터뷰에서 일본과의 협정을 예로 들었다. 그는 “그들(일본)은 돈을 보내고 우리는 파이프라인을 짓는다”며 “현금 흐름이 시작되면 일본이 투자금을 회수할 때까지 미국과 일본 정부가 50대 50으로 수익을 나눈다. 미국은 5500억달러를 만들고, 이후에는 미국이 수익의 90%를 가져간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미·일 관세 협정 내용 이행을 담은 행정명령서에 서명했다. 백악관은 “(일본이) 반도체, 제약, 금속, 중요 광물, 조선, 에너지, 인공지능·양자 컴퓨팅 등 미국 전역의 국가 및 경제 안보를 발전시키기 위한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통상업계에서는 한국과 유사하게 유럽연합(EU)도 대미 투자와 관련한 구체적 협상 진행에 난항을 겪고 있는 만큼 향후 불확실성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통상업계 관계자는 “EU의 경우 집행위원회에서 ‘미국과 합의한 것 못 받겠다’며 제동을 하는 상황이고, 미국은 ‘그럼 다시 관세를 예전처럼 부과하겠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중”이라며 “한국뿐 아니라 EU도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변수가 많아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