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후 첫 ‘청년의날’인 오는 20일 전후로 종합 청년 정책이 발표될 예정이다. 그러나 주거 대책만큼은 기대를 하기 어렵다. 지난 7일 공개된 ‘주택공급 확대방안’ 등 정부 부처 중심의 논의에서 드러난 ‘청년 주거’ 대책은 지난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낡은 해법의 반복이었기 때문이다.
그간의 청년 주거 정책은 단순히 집을 몇채 더 짓겠다는 실속 없는 선언 중심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저출생·고령화,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고립·안전 문제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청년주택 몇만 가구, 기숙사 몇채” 등 단순한 숫자 중심의 처방을 내놓는다.
정책이 납작해지는 이유는 분명하다. 청년의 일상에서 시작하는 ‘시선’이 없기 때문이다. 청년 주거의 현실은 인공지능(AI) 기술만큼 빠르게 바뀐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영끌’이 화두였지만, 이제는 ‘전세사기’가 가장 큰 위협이 됐다. 부모와 함께 살다 결혼 후 아파트를 마련한 사람의 시선으로는, 월세와 전세를 전전하는 1인 가구의 불안정한 삶을 이해할 수 없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안전 비용을 더 내야 하는 현실도 남성 중심적 시야로는 보이지 않는다. 공동 인프라가 부재한 비아파트 지역에 거주하는 청년 부모가 사람들로 붐비는 카페를 전전하다 아이가 울음을 그치지 않아 집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사정을 프리미엄 아파트 소유자들은 알 수 없다. 이러한 복잡다단한 변화를 이미 주거 안정을 이룬 중장년 엘리트나 관료들의 세계관에서는 읽기 어려운 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와 같은 논쟁이 반복될 위험도 있다. 당시 폐업한 호텔을 저렴하게 인수해 사회주택으로 공급하자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치인들이 방문하고 환호했다. 그러나 보수 언론과 야당은 일부 직장인들의 부정적 반응만을 인용해 “호텔 방 한 칸이 청년주택이냐”며 조롱했다. 정부가 당황하는 사이, 실제로는 높은 만족도를 보이던 사회주택 입주자들만 여론의 뭇매 속에 방치됐다. 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한 비직장인 청년에게 고시원을 대체할 이행기 성격의 주거가 필요하다는 본래 취지는 무색해졌다. 20대와 30대라는 연령대의 간극을 비롯해 직업·성별·지역별로 주거 수요가 다층적인데도 정부의 피상적 이해와 언론의 악의적 프레임이 불필요한 논쟁만 키운 대표적 사례다.
결국 해법은 명확하다. 청년 당사자의 참여와 목소리다. 오늘날 청년기의 삶은 과거와 전혀 다르게 전개된다. 기존의 낡은 틀이 아니라 다양한 일상의 경험에서 정책이 출발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현실적인 대책이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역대 정부가 같은 함정에 빠졌던 전철을 이번 정부가 밟지 않으려면, 청년들의 시선을 담아내는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 아직 늦지 않았다. 공식 발표 전이라도 충분한 경청과 소통이 수반되기를 기대한다.
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