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라는 표현조차 부족할 정도”
유타주 공공안전국이 11일 (현지시간) 공개한 보안 카메라 영상 속에 미국 유타밸리대학교에서 열린 행사 도중 발생한 찰리 커크 미국 우파 활동가 총격 사망 사건과 관련해 용의자로 지목된 인물이 담겨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우익 활동가 찰리 커크를 암살한 용의자 타일러 로빈슨(22)의 범행 동기 및 정치 성향에 대한 의혹이 확산하는 가운데 수사 관계자인 스펜서 콕스 유타 주지사가 SNS 알고리즘의 폐해를 경고했다.
콕스 주지사는 14일(현지시간) NBC·ABC방송 등 미국 매체에 출연해 “지난 5∼6년간 발생한 모든 암살·암살 시도 사건에 SNS가 직접적인 역할을 했다”며 “‘암’이라는 표현조차 부족할 정도”라고 말했다.
콕스 주지사는 “SNS 알고리즘이 특히 젊은 층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며 “알고리즘이 우리를 더 큰 분노로 이끄는 그러한 현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이 “우리 역사의 어두운 장”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다른 이들을 위해 봉사하고 가족을 수용하고 의견이 다른 이와 소통하는 일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로빈슨이 게임을 많이 하고 있었다”며 “그가 일종의 어두운 인터넷 공간 속으로 깊이 파고들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콕스 주지사는 이날 로빈슨의 정치 성향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NBC방송 인터뷰에서 “용의자가 보수적인 가문 출신이었지만 그의 이념은 가족과 매우 달랐다”고 밝혔다. ABC방송 인터뷰에서는 ‘로빈슨이 좌파 이념에 깊이 세뇌되었다는 증거가 발견됐나’는 질문에 “로빈슨의 지인과 가족에게서 초기 정보를 대부분 입수했다. 이 정보를 종합해 기소장에서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은 당국이 발견한 소총 내 탄약에 트랜스젠더·반파시스트 이념을 표현하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는 한 수사기관 소식통의 발언을 보도한 바 있다. 미 선거 유권자 등록 기록에 따르면 로빈슨은 특정 정당에 소속돼 있지 않았으며 최근 있었던 두 차례 이상의 선거에서 투표하지 않았다.
콕스 주지사는 이날 로빈슨이 트랜스젠더 연인과 동거 중이었다는 사실도 밝혔다. 그는 ABC 뉴스 인터뷰에서 전날 FBI가 발표한 바와 같이 “커크와 그의 트랜스젠더 룸메이트가 실제 연인관계였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룸메이트는 수사 과정에 매우 협조적이며 이번 일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어 “로빈슨은 당국에 자백한 적이 없다”며 비협조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로빈슨의 암살 동기를 둘러싸고 극우 성향의 커크가 평소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이어온 점이 암살 배경이 된 게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미 당국은 로빈슨의 범행 동기에 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로빈슨은 지난 10일 미국 유타주에 있는 유타밸리대학에서 연설 중이던 커크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