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은 반성하지 않고 죽었다. 그는 12·12가 일어난 1979년 이후 42년간 한 번도 잘못을 제대로 직시해본 적이 없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 그는 지난 6월 3대 특검 임명 이후 처음 내란 재판에 출석했을 때 취재진 질문에는 일절 답하지 않았다. 그의 목소리는 의외의 지점에서 나왔다. 지지자들을 바라보기 위해 걸음을 멈췄을 때였다. 그는 앞을 가리는 기자에게 말했다. “저 사람들(지지자들) 좀 보게, 앞을 가로막지는 말아주시면 안 되겠어요?” 시선을 지지층에 고정한 아련한 눈빛은 말해줬다. 그가 쉽게 자신의 잘못을 직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걸.
국민의힘도 지금 비슷한 길을 가려는 걸까. 12·3 불법계엄 이후 국민의힘의 사과는 늘 뜨뜻미지근했다. 지난해 12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으로 불안과 걱정을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했고, 지난 6월 대선 후보였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도 “저와 국민의힘은 깊이 반성”한다고 했지만 그들은 결국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반대했고 ‘윤 어게인’ 세력과 함께했다.
이들의 사과가 뜨뜻미지근한 건 반성은커녕 마음 깊은 곳에서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민에게 총부리를 겨눴음에도, 계엄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었느냐는 논리가 숨어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줄줄이 가로막아서 할 수 있는 게 없었고, 국정마비를 초래했으므로 계엄밖에 답이 없었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이런 괴상쩍은 논리를 “국회는 배제의 대상이 아니라 협치의 대상이다”라며 인정하지 않았다. 헌재가 지적했듯, 이런 말이 무서운 건 배제의 논리, 즉 ‘상대가 없었으면 좋겠다’는 속내가 담겨 있어서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본심이 상대의 ‘배제’에 있었음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지난 7월 그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하면서 “불법 비상계엄과 이로 인한 대통령 탄핵, 대선 패배까지 국민께 많은 실망을 안겨드렸다”고 사과했지만 두 달 만에 메시지는 달라졌다. 송 원내대표는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노상원 수첩이 현실로 성공했더라면 이재명 대통령도, 정청래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하자 “제발 그리됐으면 좋았을 건데”라고 했다. 노상원의 ‘정치인 수거’ 계획이 실현되어 ‘상대가 없어졌으면 좋았을걸’이라는 속마음을 내뱉은 셈이다. 500여명이 적혀 있다는 노상원 수첩에는 일부 정치인만 포함된 것은 아니다. 수첩 수거 명단에는 단체들을 거론하며 시민들도 적혀 있다. 송 원내대표의 말은 일부 국민들이 제거됐으면 좋겠다는 말과 다름없다.
누군가를 제거하고 싶다는 욕망은 절대 용납되어선 안 된다. 송 원내대표는 사죄해야 한다.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을 탐구한 정아은 작가는 전두환의 기저에 “언제 공격당할지 몰라 겁에 질렸던 여린 자아”도 있었을 거라고 했다. 국민의힘의 속내 바닥에는 극렬 지지층의 반발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숨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극단 세력과의 영합은 잠시는 달콤하겠지만 당의정에 불과하다. 결국 보수 세력과 당은 무너지고 그 대가는 감당하지 못할 비용으로 돌아올 것이다. 겁에 질린 채 전두환과 윤석열의 길로 갈 것인가, 아니면 성찰과 반성후 새로운 길로 나아갈 것인가. 시민들은 묻고 있다.
임아영 정치부 차장